지난 1년간 온 국민이 함께 만든 ‘말모이, 다시 쓴 우리말 사전’이 조선닷컴을 통해 1일 공개됐다. 조선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국립국어원·한글학회·한글과컴퓨터와 함께 펼친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운동의 결실이다. 조선닷컴 말모이 누리집(malmoi100.chosun.com)에서 로그인을 하면 사전을 볼 수 있으며, 종이 사전은 내년 1월 출간된다.
일제강점기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과 조선어학회 정신을 계승한 ‘말모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순우리말, 옛말과 입말, 방언을 수록했다. 국민이 온라인 등록, 우편과 팩스 등으로 보내온 단어 10만여 개를 71명의 지역말 연구가들이 검토하고, 국어학자 60명이 정제·검수해 ‘가가다'부터 ‘힘아리’까지 총 4191개의 표제어를 최종 엄선했다.
사전 제작 실무를 주도한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상명대 교수)은 “방언 전문가가 현장을 찾아 채록하는 전통적 조사 방식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21세기 문명을 활용해 생생한 우리말을 더 많이 찾을 수 있었고, 조사 기간도 단축한 것이 말모이 운동의 성과”라고 말했다.
◇‘가가다’부터 ‘힘아리’까지… 새 단어 4191개 담아
가남생이, 날망시럽다, 캥자깽이, 하부옷···.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새로운 단어 4191개가 ‘말모이, 다시 쓴 우리말 사전’으로 탄생했다. 1일 조선닷컴(malmoi100.chosun.com)에 공개된 말모이 사전은 지난 1년간 온 국민이 수집하고 지역말 연구가들의 검토를 거쳐 국어학자 60명이 정제·검수해 만든 결과물이다.
조사 방식부터 구성, 특징까지 기존 국어사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단어의 용례와 정보를 시군 단위까지 세분해 표기했고, 각 단어에 얽힌 문화 정보를 충실히 담았다. 먼저 ‘일러두기’를 누르면 지난 1년간의 진행 과정, 사전 편집 원칙과 구성, 지역별 방언 정제·검수 위원 명단까지 확인할 수 있다.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은 “'가가다'(무엇을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옮겨 가다)부터 ‘힘아리’(‘힘’의 충북 방언)까지, 표준국어대사전과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없는 옛말과 방언을 우선 뽑았고, 옛말과 방언이라도 일본에서 온 말은 제외하는 걸 원칙으로 하되 문화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말은 포함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인천 410개, 강원 433개, 충북 448개, 대전·세종·충남 401개, 전북 406개, 광주·전남 460개, 대구·경북 373개, 부산·울산·경남 434개, 제주 418개, 북한 408개 등이다.
예를 들어 ‘가남생이’는 ‘목표나 기준에 맞고 안 맞음을 헤아려 봄. 또는 헤아려 보는 목표나 기준’을 뜻하는 전북 방언. 지역정보에는 가나무(고창·군산), 가남(군산·부안·정읍) 등 전북 내 다른 표기를 담았고, 문화정보에는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과장되게 말을 할 때 부안에서는 ‘가남성 없는 소리’라고 한다”는 설명을 넣었다.
◇내년 1월 종이사전도 출판 예정
경남에서 ‘캥자깽이’는 ‘기분이 좋아 흥에 겨워 추는 춤’을 뜻하는 말. 사전에는 ‘느그들 요오서 캥자깽이판 벌맀나?’(진해)는 예문이 실렸다. 지역정보에는 깽가리(김해·함안), 깽마깽이(부산), 깽매기(거창·진주), 깽사(김해), 메구(거제·창녕) 등 지역별 다른 표기를 담았고, 문화정보에는 “기분이 좋아 춤을 추듯이 팔다리를 이리저리 흔드는 동작을 가리키는 말. 실제 발음은 ‘캥자깨이’에 가깝다. 꽹과리의 가볍고 흥겨운 소리에서 유래한 말로 보인다”는 설명을 넣었다.
‘하부옷’은 북한에서 ‘한 겹으로 지은 옷’(표준어 ‘홑옷’)을 부르는 말이다. 양강에선 하부옷 혹은 하붓옷, 함남·함북에선 ‘하빗거’라고도 한다. 사전 예문에는 ‘여름에는 하부옷이 더 낫지비. 그렁거 입히지 마우다(여름에는 홑옷이 더 낫지. 그런 것 입히지 마시오)’라는 문장이, 문화정보에는 “북한 전역에서 ‘홑이불’을 ‘하불’이라 하고, 함경도에서 ‘홀아비’를 ‘하부래비’, ‘홀어미’를 ‘하부레미’라고 한다. 함경도와 양강도에서는 ‘혼자’를 ‘하분자’라고 한다”는 설명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