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만물이 눈을 뜨고 세상을 향해 나갈 채비를 하는 시간이다. 나무와 씨앗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새와 나비는 노래 부르고 춤을 춘다. 뽀얀 아지랑이 핀 땅도 힘을 다지고, 사람들은 신발끈 조이며 일어선다. 봄은 이렇게 움츠렸던 겨울을 훌훌 벗어 버리고 신비롭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계절이다.
‘봄’이라는 글자를 즐겨 쓰는 나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게 됐다. ‘봄’이라는 글자는 계절 외 ‘사물을 본다’라는 뜻도 가질 수 있다. 그러다 문득 겨우내 꽁꽁 얼었던 것들이 따스한 봄기운에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의미에서, 계절 ‘봄’이 ‘봄’이라는 글자를 갖게 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계절들도 의미가 있다. 여름은 뜨거운 ‘열’이라는 글자와 비슷하고, 가을은 ‘간다’라는 글자, 겨울은 ‘결빙의 얼음’과 비슷하다. 이렇게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하니, 우리 한글이 참으로 흥미롭고 재미있음을 알게 됐다.
다른 건 없을까. 생각해보니 ‘몸’ 자도 팔 부분의 ‘모’와 몸체의 ‘ㅁ’이 모여 글자가 된 것 같고, 몸이 바깥으로 향하니 ‘맘(마음)’ 자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을 가다듬고 붓으로 ‘봄’ 자를 써보았다. 그 글자가 꼭 ‘꽃’처럼 됐다. 뿌리가 줄기를 타고 위로 향하니 그곳에 꽃 한 송이 된 듯 ‘봄’ 자가 꽃이 되었다.
자주 외국을 나가는데, 어떤 나라는 글이 없어 영어로 말에 토를 달고 사용하는 것을 봤다. 의외로 많은 나라가 그렇다. 우리의 문화와 역사, 모든 것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나랏글, 한글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이고 복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됐다.
슬기로운 조상께 큰 감사를 드린다. 모든 이들이 일 년 내내 봄처럼 따스하고 아름다운 맘으로 세상을 보면서 힘차게 살아가는 하루가 됐으면 하는 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