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코카콜라가 한정판 ‘코카-콜라 제로 스타더스트(Stardust)’를 지난달 25일 새로 출시했습니다. 나흘 전인 21일 미국 코카콜라 본사는 ‘코카-콜라 스타라이트(Starlight)’를 선보였죠. 스타더스트와 스타라이트는 동일한 제품입니다. 국내에서는 스타라이트라는 이름이 이미 상표등록돼 있어서 스타더스트로 살짝 바꿨다고 알려졌습니다. 미국에서 출시된 스타라이트는 설탕이 들어간 제품과 들어가지 않은 제품 2가지로 출시됐지만, 국내 출시된 스타더스트는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제로 제품만 출시됐습니다.

한정판으로 출시된 '코카-콜라 제로 다이어트'./한국코카콜라

스타더스트는 글로벌 이노베이션 플랫폼 ‘코카-콜라 크리에디션(Coca-Cola Creadition)을 통한 첫 번째 프로젝트의 결과물입니다. 코카콜라 측은 “코카-콜라 크리에디션은 코카콜라 브랜드의 상징성을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와 컬래버레이션, 문화 트렌드와 접목해 독창적인 감각으로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창조하는 글로벌 혁신 플랫폼”으로 “다양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코카콜라 한정판 및 현실과 디지털 세계를 아우르는 특별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여 더욱 짜릿하고 놀라운 마법 같은 순간을 확대하고자 탄생했다”고 설명합니다.

뭔 소린지 잘 모르겠다고요? 맞습니다, 저도 이해가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한 마케팅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콜라로 대표되는 탄산음료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 그리고 코카콜라가 낡고 오래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라며 “한정판, 컬래버레이션은 오래된 브랜드가 이미지 쇄신을 위한 최근 가장 유행하는 시도들”이라고 설명하더군요. 새로운 콜라를 내놓고 판매해 매출을 올린다기 보다는, 한정판·컬래버레이션 등을 통해서 요즘 가장 영향력 있는 홍보·광고 도구인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관심을 끌기 위한 시도란 거죠.

미국에서 출시된 '코카-콜라 스타라이트'. 한국에서 출시된 '코카-콜라 스타더스트'와 동일 제품이다./미국 코카콜라 홈페이지

음식전문기자로서 뭣보다 스타더스트 맛이 궁금했습니다. 브랜드들이 한정판으로 내놓는 제품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구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희소성을 높여서 소비자로 하여금 더욱 찾게 만들고, 화제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겠죠. 스타더스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코카콜라 공식 홈페이지에선 매진이고, 일차적으로 물량을 푼다는 편의점과 온라인 채널에서도 구하기 힘들더군요. 한국코카콜라에 부탁해 어렵게 스타더스트를 구했습니다.

스타더스트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차가워지길 기다렸다가 유리잔에 따랐습니다. 우선 색깔이 기존 코카콜라와 달리 밝은 붉은빛이더군요. 한때 출시됐던 체리 코크(Cherry Coke)와 비슷했습니다. 드디어 맛을 봤습니다. 탄산의 톡 쏘는 맛이 기존 코카콜라보다 좋게 말해 부드럽고 나쁘게 말해 약했습니다. 코로 올라오는 향이나 혀에서 느껴지는 맛이 과일처럼 새콤달콤하지만 날카롭지 않고 부드러웠습니다. 딸기 맛 캐러멜과 같기도 하고, 솜사탕 같기도 했습니다. 부드러운 신맛이 감도는 가운데 단맛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체리 맛 콜라와 미국에서 인기 많은 탄산음료인 루트비어나 닥터페퍼를 섞은 듯하기도 했습니다.

코카콜라에서 한정판으로 출시한 '코카-콜라 제로 다이어트'./김성윤 기자

코카콜라는 왜 이러한 맛의 콜라를 개발했을까요. 코카콜라 측 공식 설명은 이렇습니다. “136년간 지구에서 일상 속 짜릿함을 전해 온 코카-콜라가 우주 어딘가에도 있을 것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미지의 세계이자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우주라는 공간에서 날아온 ‘코카-콜라 제로 스타더스트’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에 독특한 맛과 우주 공간 속 은하계와 별, 행성 등을 연상시키는 시각적인 요소로 마치 우주를 여행하는 듯한 감각적인 상상력을 가미함으로써 신비로우면서 차별화된 짜릿함을 구현했다. 패키지 디자인은 보라색, 핑크색, 검은색 등을 머금은 듯한 오묘한 색상을 그라데이션 기법으로 미지의 우주를 표현하고, 별과 빛을 시각화한 신비로운 디자인 요소를 넣어 우주에서 날아온 코카-콜라라는 제품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

코카콜라가 우주에도 있을 것이란 상상력에서 만들어낸 콜라는 왜 새콤달콤한 맛일까. 여기에 대해 한국코카콜라측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왜 이런 맛을 냈는지 짐작할 수 있을 만 한 자료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10여 년 전 천문학자들이 흔히 궁수자리라고 불리는 사지타리우스(Sagittarius) B2 지역의 시그널들을 조사한 결과, 포름산에틸(ethyl formate)라는 화학물질을 찾아냈습니다.

'코카-콜라 제로 스타더스트'는 검정이 아닌 빨강인 색도 그렇지만, 맛도 살짝 새콤하면서 강한 단맛이 체리 코크와 비슷하다./김성윤 기자

포름산에틸은 라즈베리(산딸기)의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성분입니다. 이러한 발견을 바탕으로 코카콜라에서 ‘우주의 맛’을 담은 콜라를 개발하면서 산딸기를 연상케 하는 상큼하고 부드러운 산미와 단맛이 나게 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그런데 포름산에틸은 라즈베리 말고 또 다른 식품의 맛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합니다. 바로 당밀이나 사탕수수 즙을 발효시켜 증류한 술인 럼(rum)의 향을 내는 물질이 포름산에틸이라네요. 럼과 콜라를 섞은 칵테일 ‘쿠바리브레(Cuba Libre)’가 있는데요, 쿠바리브레에 일반 콜라 대신 이번 출시된 스타더스트를 섞으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우주의 맛이 구현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