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백신은 언제 맞는 것이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청소년기에 접종하는 것이 좋다.
자궁경부암은 한국인 여성에게 발생하는 10대 암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매년 약 3500명의 환자가 발생해 이 중 900여명이 사망한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간 유두종바이러스(HPV)는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 감염된다. HPV는 변종이 100가지가 넘으며 이 중 13종 정도가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HPV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퇴치한다. 하지만 일부 여성의 경우엔 바이러스가 살아남아 장기간 자궁경부 조직을 손상시켜 상피내암종을 유발하고 자궁경부암까지 일으킨다.
따라서 자궁경부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바이러스에 덜 노출되는 청소년기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 백신은 연령에 따라 2~3회 접종하게 돼 있다. 15세 이전에 맞았을 때는 6~12개월 후 추가 접종을, 16~26세 사이에 맞았을 때는 30~60일 후 2차 접종, 6개월 후 3차 접종을 하게 된다.
청소년기에 HPV 백신을 맞는 것이 자궁경부암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피터 사시에니 암 예방학 교수 연구팀은 2006~2019년 사이에 영국에서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은 여성의 자료를 분석해 나온 결과를 영국 의학 학술지 랜싯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영국인 약 1400만명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사업이 시작된 후 접종률에 따라 자궁경부암 및 상피내암종 발생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했다. 이 기간 총 2만7946건의 자궁경부암 환자가 발생했고, 31만8000명이 자궁경부암의 전 단계인 자궁경부 상피내 암종(cervical carcinoma in situ) 진단을 받았다.
분석 결과, 초등학교 고학년에 해당하는 12~13세에 HPV 백신을 접종한 경우, 자궁경부암 발생이 87% 줄었다. 중학생(14~16세) 때 맞은 경우는 62%, 고등학생(16~18세) 때 맞은 경우는 3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찍 맞을수록 암 예방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전암 단계인 상피내암종 발생 역시 HPV 백신을 초등학교 고학년 때 맞은 경우 97%, 중학생은 75%, 고등학생은 39%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