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우울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의사는 보통 검사 및 상담을 통해 약, 인지치료, 기타 처방 등을 해주고 있다. /출처=셔터 스톡

# 어렸을 적 나가 놀다보면 자주 상처를 입게 된다. 넘어져 무릎이 까지거나 싸워 코피가 터진다. 당시는 열악한 위생 환경이라 눈다래끼 등 피부 염증도 많았다.

작은 상처의 경우 대개 약 바르고 놔두면 낫는다. 그러나 상처 부위에 물이 들어가거나 자꾸 건드리면 더 나빠진다. 곪거나 덧나거나 다른 곳으로 번지기도 한다. 변변한 항생제조차 없었던 1960-70년대 시절엔 ‘이명래고약’이 최고였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인간관계, 사회생활, 생업 등에서 흔히 벌어지는 갈등과 마찰은 마음 속의 작은 상처다. 아프다. 그러나 ‘세월이 약이겠지요’라는 유행가 제목처럼 시간이 지나면 통증은 사라지고 상처는 아물게 된다.

그러나 오히려 상처를 덧나고 악화시키는 마음의 ‘행동’이 있다. 바로 끊임없이 당시 상황을 부정적으로 회고-재해석하는 것이다. ‘우울증적 반추(depressive rumination)’라고 한다.

마치 소가 여물을 되새김질하듯 자꾸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당시의 감정과 충격을 못삭이고, 그것이 다시 제2, 제3의 부정적 감정이나 사건으로 이어지게 된다.

살아오면서 우린 그런 안좋은 기억을 꽤 갖고 있다. 친구・연인・부부간 사소한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지고, 회사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집까지 가져와 가족을 힘들게 하고 본인은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괴로워하는 경우도 많다.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은 잠잠해지지 않는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생생하고 거세게 일어난다. 걱정을 멈추려 할수록 걱정거리가 더 일어난다. 잠을 청해보지만 어느새 생각 속으로 빠져든다. 기력이 점점 고갈되면서 자신이 나약하고 나락에 빠져든다는 느낌이 든다. 새벽 알람이 울릴 즈음이 되면 전신이 탈진된 상태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참한 기분이 든다.’ (우울증 환자의 체험기)

우리나라도 전문적인 심리상담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보통 1회 50분씩 상담을 통해 고객 스스로 내면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해나가는데 ‘안내자’ 역할을 해준다. /출처= 셔터 스톡

# 생각이 일단 ‘부정적(우울증적) 반추’ 패턴에 빠져들면 의지적으로 헤쳐 나오기가 참 쉽지 않다. 일상에서 생긴 사소한 마음의 상처도 악순환을 일으켜 심신의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밸런스를 깨뜨리며 나락으로 몰고 간다. 자신의 의지나 논리・생각 등 인지적인 행동이 오히려 화를 부추긴다.

그런 상황에서 주변 사람이나 의사가 자꾸 “마음을 편하게 가져라”, “잊어라”고 하지만 이는 기력이 쇠한 암환자에게 등산가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때문에 우리는 일찌감치 ‘부정적 반추’의 고리를 끊고 일상적 사고로 돌아가도록 평소 마음전략을 짜고 이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효율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심호흡: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스트레스는 심호흡만 몇 번 해도 가라앉는다.

② 운동: 운동이 익숙한 이들의 경우 당연히 운동을 추천한다. 몸을 움직임으로써 마음(생각)을 쉬게 하고 몸에 활력이 생기면, 그것이 마음으로 전이되게 된다. 산보도 훌륭한 운동이다.

③ 자신을 기쁘게 하는 행동: 평소 하고 싶고,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한다. 취미나 여가활동이다. 극장에 가 영화 본다든가, 친한 친구와 맛있는 식사를 한다든가, 바둑이나 당구, 쇼핑하기 등이다. 그러나 술・도박・약물처럼 심신을 해치거나 중독으로 가지 않도록 절제한다.

④ 명상: 부정적 생각을 슬며시 사라지게 만드는 것으론 명상이 최고다. 마음을 지금 여기에 머무르게 함으로써 미움, 분노, 불안, 회한감등은 희미해지고 그 자리를 평정, 안정감, 기쁨이 메워간다. 그러나 명상을 제대로 하려면 시간과 훈련이 좀 필요하다. 수영으로 50m 정도 가려면 시간과 훈련이 필요한 것처럼.

⑤ 약물 복용: 마음을 편하게 하는데 수면제, 진정제, 항우울제 등이 있다. 아주 기초적인 것은 약국에서 의사처방 없이 파는 것도 있다. 가끔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되도록 약물 복용은 일시적-한시적인 것이 좋다. 평생 약물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게 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스스로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화 안된다고 밥 먹고 늘 소화제 먹어서야 되겠는가.

⑥ 상담: 병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마음이 계속 힘들다면 주변에서 평가가 좋은 심리상담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마치 친한 친구에게 마음 속 고민을 털어놓듯 이야기를 나눠 보면 자신이 미처 보지 못했던 마음의 고민의 원인이나 치유법을 알아낼 수 있다.

심리상담의 특징은 상담사가 문제해결책을 제시해주거나 조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고객(내담자)이 복잡한 마음의 실타래를 스스로 풀게끔 도와주는 역할이다. 때문에 한두번 상담을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한번씩 꾸준히 받는다. 서양에선 일반화돼 있다.

⑦ 병원 치료: 정 마음이 너무 힘들고 그것이 신체로도 나타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는 정신과를 찾아가 처방을 받아야 한다. 단 병원 의사도 천차만별이다.

그저 약으로 일시적 처방에만 익숙한 이도 있고, 복잡한 마음의 세계를 의학적 지식만으로 단순화시켜 처방을 내리는 이도 있다. 내게 맞는 의사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사실 ‘내 마음 나도 몰라’는 의사들에게도 해당된다. 정신과 의사들 말을 들어보면 자신들도 격무와 인생의 힘든 삶 속에서 심적으로 힘들어 가끔씩 우울증 약을 먹거나, 아예 우울증 치료를 받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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