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난청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노화로 청각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 말고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생각지도 않게 귀지가 고막을 막아버리는 경우다. 이런 병을 이구전색이라고 부른다. 귀지가 크게 뭉쳐 귓구멍을 꽉 막으면 소리가 고막까지 전달되지 못해 잘 안 들린다. 의외로 노인은 귀지 때문에 소리를 잘 못 듣는 이구전색이 흔하다. 노령 인구의 15%에게서 보인다는 통계도 있다.
귀지는 지저분한 것이 아니고 귀 점막을 지키는 보호제다. 귀지를 너무 세게 파내는 것이 오히려 해롭다. 귀지는 손대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귀 밖으로 밀려 나온다. 하지만 노인은 다르다. 젊을 때보다 귀지가 많이 생기고, 귓바퀴 쪽 밖으로 밀리기도 더디다. 그래서 귀 안에서 크게 뭉쳐서 귀를 막아버리기 쉽다. 특히 보청기를 하고 있거나, 거동이 불편해 신체 활동이 크게 줄거나, 장기간 누워서 치료 중인 노인에게 이구전색이 많다.
이구전색으로 떨어진 청력은 귀지를 제거하면 다시 좋아진다. 귀 고막까지 막고 있는 귀지는 딱딱하게 달라 붙어 있어 집에서 뺄 수 없다. 이비인후과에서 흡입기나 미세 도구를 써서 빼내야 한다. 귀지가 너무 딱딱할 때는 약물을 넣어 녹인 뒤 제거하기도 한다.
나이 들어서 생기는 난청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혹시 귀지가 귀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비인후과에 가서 주기적으로 확인해 보는 게 좋다. 난청은 대화에 못 끼어 주위 사람과도 멀어지게 하고, 치매나 우울증 위험 요인이니 늘 잘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