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최동훈(53)은 데뷔작부터 파죽지세였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2004)은 ‘충무로 최고의 데뷔작’이라는 평단의 찬사를 들으며 떴고, ‘타짜’(2006) ‘도둑들’(2012) ‘암살’(2015)까지 훨훨 날았다. ‘도둑들’과 ‘암살’로 당시로선 단 둘뿐인 ‘쌍천만 감독’이 됐다. 흥행 불패였다. 2022년 여름 ‘외계+인’ 1부가 개봉하기 전까진 그랬다.
외계인과 도사가 시공을 넘나들며 미지의 신검(神劍)을 찾아다니는 영화 ‘외계+인’은 전체 작품을 1부와 2부로 나누고, 1부가 먼저 공개됐다. 연작 영화라는 과감한 시도였다. 제작비도 파격적이었다. 1부와 2부 합한 순제작비는 640억원. 2022년 연초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다. 그러나 개봉 직후 평가가 급락했다. 1부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다 보니 “이게 무슨 얘기냐”는 혹평이 쏟아졌다. 하필 티켓값 인상 직후 개봉돼 극장가 한파도 직격으로 맞았다. 1부만 해도 700만명은 넘어야 하는데 154만명에 그쳤다. 그의 감독 인생 최초이자 최대 실패였다.
“우울했지요. 미안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요.” 지난 9일 만난 최 감독은 “평가는 관객이 하는 거고, 그걸 존중하는 게 예의”라며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건 과정밖에 없으니 그 과정에 전심전력해야겠다고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2부 후반 작업 첫 날, 편집실에 갔는데 편집기사, 음악감독, CG감독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반겼어요. 동료들을 보며 반성했죠. 제겐 우울함도 사치라는 생각으로 다시 매달렸습니다.” 재평가라는 반전도 있었다. 2022년 말 ‘외계+인’ 1부가 OTT에 공개되자 시청자들 사이에서 “왜 폭망했는지 모르겠다” “신선한 오락영화”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 감독이 2부를 편집하며 가장 고민한 부분은 ‘1부를 안 본 관객도 2부에 빠져들게 하는 법’이었다. 이야기 설정이 압축된 4분30초 도입부 완성에 6개월이 걸렸다. 영화를 150번 돌려봤다. 완성된 편집본은 52가지. 지난달 초 함께 영화를 다시 보던 편집기사가 말했다. “감독님, 이제 끝났어요. 진짜 끝이에요.” 그제야 내려놨다.
지난 10일 개봉한 2부는 1부에서 펼쳐놨던 인물과 이야기가 하나로 모아지며 보는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2부를 관람한 봉준호 감독은 “최동훈은 다 계획이 있구나”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2부는 11일 현재 일일 박스오피스 1위, 예매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그에게 첫 실패를 안겼던 ‘외계+인’이 이젠 그에게 가장 사랑스러운 영화다. “데뷔 20년 만에 다시 신인감독이 된 느낌이에요. 천만영화 ‘암살’ 마친 후엔 번아웃이 왔는데 지금은 오히려 활활 타오르고 있어요. 맞아, 영화를 하는 게 이렇게 재밌는 거야라고 다시 깨닫게 됐으니까요. 이것도 관객이 주신 선물인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