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영화’의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관객의 호기심을 짜릿하게 낚았다. 배우 손석구의 일인극 ‘밤낚시’(감독 문병곤)가 잇따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개봉일인 14일은 젊은 관객이 주로 찾는 강남·대학로 상영관은 물론 여의도·상봉 등에서도 전 회차 매진됐다. 단독 개봉한 CGV 측이 추가로 오픈한 회차도 매진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밤낚시’는 여러 면에서 ‘최초' 기록을 썼다. 상영 시간 10분대(12분 59초) 영화가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 것은 ‘밤낚시’가 최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정식 등급 심사(전체 관람가)를 거친 개봉 영화의 티켓 값이 1000원인 것도 최초다.
시사회에서 공개된 ‘밤낚시’는 신선한 발상과 참신한 접근으로 밀도 높은 만족감을 선사했다. 으슥한 밤, 전기차 충전소가 야생동물의 습격을 받고, 수상한 무전을 접수한 남성이 낚싯대를 들고 야밤의 포획에 나선다. 주인공이 자동차 유리창을 뚫고 미지의 생명체와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본격 액션 영화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격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촬영했던 자동차는 완파됐다고 한다. 손석구는 “‘밤낚시’ 사흘 촬영이 ‘범죄도시2′ 찍는 것보다 힘들었다”고 했다.
‘1000원 영화’라는 ‘밤낚시’의 파격적인 실험은 마케팅에 적극적인 대기업(현대자동차), 아이디어에 밝은 영화인(문병곤·손석구), 기획 상품에 열린 멀티플렉스(CGV) 등 3자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한계를 창작의 원천으로 받아들인 도전 정신의 결과이기도 하다. 현대차 측이 손석구에게 건넨 첫 제안은 “어떤 형태든 좋으니 자동차의 시선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어보자”였다. 일반 촬영 카메라가 아니라 자동차에 장착된 카메라 7대로만 찍어야 했다. 연출을 맡은 문 감독은 “제약을 도전의 기회로 봤다”고 했다. 카메라가 고정된 대신 피사체(손석구)를 많이 움직이게 했다. 그 결과가 크레인 3대를 동원한 액션신이다. 문 감독은 촬영 후 친구인 손석구에게 “다음에는 멍 덜 들게 해줄게”라고 위로했다는 후문이다. ‘밤낚시’는 CGV에서 14~16일, 21~23일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