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3시 현재 국내 음원 사이트 멜론 실시간 차트 1위는 그룹 ‘방탄소년단’도, ‘블랙핑크’도 아니다.
미란이, 먼치맨, 쿤디 판다, 머쉬베놈이 함께 부른 ‘VVS’다. 이 곡을 엠넷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9’에서 부른 뒤 15일째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30일 BTS의 새 앨범 타이틀곡 ‘라이프 고즈 온’이 한국어 곡 최초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했을 때도, 멜론 차트 1위는 ‘VVS’였다.
이곡뿐만이 아니다. 쇼미더머니에서 릴보이, 기리보이, 빅나티가 부른 ‘내일이 오면’이 2위, 미란이가 부른 ‘아츄(Achoo)’가 6위로 10위권 내 세 곡이 ‘쇼미더머니 9’에서 부른 국내 힙합 곡. 반면,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가 3위, ‘라이프 고즈 온’은 7위, 블랙핑크의 ‘러브식 걸즈’는 9위다. 이날 가온차트 1위도 ‘VVS’, 지니뮤직 실시간 차트는 1~4위 모두 ‘쇼미더머니 9’ 음원이었다.
‘K팝’을 이긴 국내 힙합, 일명 ‘국힙’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를 만든 건 20대 남성이다. 멜론에 따르면, 10위권 내 있는 힙합 3곡 모두 남성 감상자 비중이 55%, 20대 비중이 46%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노래가 20~30대 여성 비중이 많은 것과 비교된다.
현재 미국 대중음악 시장은 힙합이 절대 강자다. 현재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도 래퍼 ’24K골든'과 ‘이안디올’이 부른 ‘무드(mood)’. 1970년대 미국 뉴욕 브롱스 남부에서 탄생한 음악이 50년의 역사를 지나 주류가 된 것이다. 힙합을 탄생시킨 흑인들부터 구매력이 강한 백인들까지 힙합에 열광한다.
반면, 국내 힙합의 역사는 짧다. 1990년대 초반 현진영,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가 문을 열었고, 1990년대 후반 드렁큰타이거, 업타운, 지누션이 등장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국내 힙합은 미국 교포 출신인 가수가 사랑 이야기를 담은 힙합을 부르는 것이 대세였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 힙합은 조금 다르다. 대부분이 국내 출신. 지방 출신일 경우 사투리 억양을 랩에 활용한다. 대전 출신으로 충청도 억양을 활용하는 머쉬베놈이 대표적이다.
가사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흙수저, 헬조선 등을 대변되는 20대의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마음을 담고 있다. “꺼내겠다고 포차/맨 밑바닥의 소녀/엄마의 술병이 날 만들어/허기져 이를 꽉 물어”(VVS). “여기 지하방은 너무 어두워/여기 바퀴벌레 좀 잡아줘/살려줘 여기 사람 살아요”(내일이 오면 ).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미국에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트랩’이라는 힙합 장르가 인기를 끌며 돈 자랑이 주류였다. 국내도 몇 년 전까지는 도끼 등으로 대표 되는 돈자랑 노래가 인기였다”며 “그러나 최근 유행하는 노래들은 힘든 20대의 마음을 대변해주면서 희망을 주려고 하는 노래들이 인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