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윤대성(尹大星·86) 전 서울예대 교수가 27일 오전 10시55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1970년대 ‘수사반장’, 1980년대 ‘한 지붕 세 가족’ 등 국민 드라마의 방송극 작가로 널리 알려졌고, 영화 ‘그들도 우리처럼’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등의 각본을 썼지만, 그는 “어렵고 불편해서 괴로움을 주는 게 진짜 연극”(서울예대 퇴임 인터뷰)이라 믿었던 천생 극작가였다. ‘사의 찬미’ ‘이혼의 조건’ 등 가족 드라마부터 ‘노비문서’ ‘남사당의 하늘’ 등 전통극, ‘출세기’ ‘신화 1900′ 등 사회문제극, ‘방황하는 별들’ 등 청소년드라마와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소재로 많은 역작을 남겼다.
1939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났다. 1964년 동랑 유치진 선생이 세운 서울예대의 전신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를 수료했고, 예술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은행원을 다룬 희곡 ‘출발’로 196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연세대 법학과 졸업 뒤 은행원으로 살았던 그는 희곡의 결말처럼 3년 만에 은행을 등졌다. 윤대성은 “’출발’은 숙직하면서 울다시피 쓴 작품”이라며 “장래가 보장된 안정된 직업보다는 자유로운 삶을 택했고 후회는 없다”고 말하곤 했다.
윤대성의 극은 늘 현재와의 치열한 대화였다. 스스로 가장 힘들게 쓴 작품으로 꼽은 ‘노비문서’(1973)는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현실에 대한 풍자적 발언이었고, 가장 호평받은 작품으로 꼽은 ‘출세기’(1974)에선 탄광 매몰사고를 당했으나 구출된 인물을 통해 매스컴 시대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생전의 그는 “내 글쓰기는 고 이근삼 선생의 영향을 받았다. 그분이 역설적인 재미와 웃음을 담았다면, 내 극은 바탕에 사회적인 문제들이 깔려 있는 게 다른 점”이라고 했다.
1980~2004년 서울예대에서 학생들에게 극작을 가르쳤다. 2011년 대한민국예술원 연극분과 회원이 됐다.
2015년에는 국내 첫 희곡작가의 문학관인 윤대성 극문학관이 경남 밀양 연극촌에 개관했고, 같은 해 미발표 창작 희곡 발굴과 신진 작가 양성을 위한 ‘윤대성 희곡상’이 제정됐다. ‘남사당의 하늘’, ‘극작의 실제’, ‘당신, 안녕’, ‘윤대성 희곡전집’, 자전소설 ‘고백’ 등의 저서가 있다.
동아연극상, 한국영화예술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 연극제 희곡상, 동랑 유치진 연극상, 국민포장 대통령 표창 등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9일 오전 8시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