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롯데시네마를 대표하는 플래그십(flagship·旗艦) 극장인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가 상영관을 최소 한 곳 없애고 약 350석의 중극장 규모 공연장을 대신 만드는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길 건너편에는 2006년 개관한 뒤 주로 대형 뮤지컬을 공연해 온 약 1200석 규모 대극장 샤롯데씨어터가 있다. 영화관 공간이던 월드타워가 스크린을 없애고 ‘제2의 샤롯데씨어터’를 집어넣는 셈이다.

21개 관 3276석 규모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가 있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네이버

국내 대표 멀티플렉스 체인에서 상영관 공간을 공연장으로 바꾸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런 배경엔 코로나 이전에 비해 반 토막이 난 상태에서 회복 기미가 없는 영화 시장과, 대조적으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는 공연 시장 상황이 있다.

그래픽=박상훈

영화 박스오피스 매출은 지난 2019년 1조914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코로나 사태로 부진하다 2022년(1조1602억원) 이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지만, 작년엔 1조1945억원으로 오히려 2023년(1조2614억원)보다 약 670억원 가까이 줄었다. 작년 영화 총 관객 수 역시 1억2313만명으로 전년 1억2514만명보다 약 200만명(1.6%) 감소했다. 코로나 이전 2019년에 기록한 2억2668만명의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다.

반면 공연 티켓 매출은 2023년 1조2697억원을 기록, 약 83억원 차이로 사상 처음 영화 극장 매출을 추월한 뒤, 지난해엔 2500억원 넘게 차이를 벌렸다. 지난해 뮤지컬 티켓 매출은 2023년 대비 1.3% 증가한 4651억원, 연극은 16.5% 늘어난 734억원이었다.

그간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들은 줄어든 관객 수와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극장 스크린에 야구나 축구 등 스포츠, 게임 실황이나 클래식 공연을 중계하기도 하고, 공연 실황 녹화 영상을 영화처럼 상영도 했다. 이제 아예 영화 스크린을 밀어내고 공연장이 들어서는 것이다.

공연계엔 이미 1월부터 ‘샤롯데 중극장이 영화관에 문을 연다’는 것이 기정사실이었다. 지난달 22일 샤롯데씨어터는 “롯데월드몰 엔터테인먼트동에 약 350석(예정) 규모의 극장을 열고 연극, 뮤지컬 등을 공연하겠다”며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한 달 이상 장기 대관 신청을 받는 공고를 냈다. 20일 접수를 마감하고 3월 중 대관을 최종 확정한다는 일정도 제시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공간인데, 그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고민한 결과”라며 “여전히 영화와 영화관이 주력이지만 사업의 초점을 공연 쪽으로 조금 옮겨가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