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의 마귀에게는 이색적이고 적대적인 방법이 사용되고 있었는데, 단순히 집 대문에 고양이 그림만 붙여 놓는 것이었다.” 1892년 프랑스 인류학자 샤를 바라(1842~1893)의 ‘조선기행’에 나오는 당시 조선 사람들의 콜레라 대처법이었다. ‘괴질(怪疾)’이라 불렸던 콜레라 증상이 쥐에게 물린 통증과 비슷하다고 해서 고양이 그림으로 쥐신(神)을 쫓으려 했던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내년 2월 28일까지 여는 특별전 ‘역병(疫病), 일상’은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맹위를 떨치는 전염병과 그 속에서 꿋꿋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룬 전시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두창(천연두)이 퍼지는 상황에서 결혼을 연기하기도 했고(‘노상추일기’), 남편이 전염병에 걸린 지 사흘 만에 아내가 도망을 가기도 했다(‘묵재일기’). 지인의 집으로 피접(避接)을 가거나 집안 외딴곳에 스스로를 격리하는 일도 있었다. 천연두를 마마신(媽媽神)으로 모셔 잘 달래 보내려는 ‘마마배송굿’을 하기도 했다.
전시는 ‘이 시국에 드리는 청첩장의 무게가 무겁습니다’라고 쓰인 2020년의 한 청첩장 봉투를 소개한다. 역병 속 일상을 지속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큰 고난이며, 그것을 알기에 ‘다시 함께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