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500만명에 육박하는 시대다. KB금융그룹이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1448만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개의 인기가 단연 압도적이다.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5가구 중 4가구가 개를 기른다. 이미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통하기 시작한 것부터가 신호였다. 많은 사람이 개를 동반자이자 짝으로 본다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국내에선 개를 주인공으로 한 방송 프로그램들이 꾸준한 인기를 끈다. ‘개는 훌륭하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TV 동물농장’ 등이 대표적이다. 외국에서도 개를 주인공으로 한 방송 프로그램이 여럿 있다. 개와 인간이 얼마나 가까운 유대를 보일 수 있는지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는 넷플릭스 ‘개와 함께’가 그 중 하나다. 개와 함께 시즌1은 6개의 일화를 담고 있다. 내전 중인 나라에서 도망쳐 나온 난민이 난리통에 헤어졌던 개와 다시 상봉하는 이야기, 주인에게 버려진 유기견들이 드넓은 농장에서 뛰노는 ‘떠돌이 개들의 천국’ 이야기 등이 나온다. 그중 첫 번째 일화를 간단히 소개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소녀 커린. 그녀가 공을 향해 돌진하고 예리한 슛을 때리는 모습을 보면 또래 다른 소녀들과 전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선천적 뇌전증을 앓고 있다. 감정 조절이 안 돼 버럭 화를 내기 일쑤지만, 더 문제는 자주 발작 증세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발작이 생겼을 때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이 불쌍한 소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항상 가족들은 커린에게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런 커린이 최근 1년 동안 기다리는 친구가 있다. 바로 ‘발작탐지견’ 로리. ‘4 Paws For Ability’라는 동물단체는 커린 같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는 개를 훈련하고, 분양하는 단체다. 발작탐지견은 커린이 발작 증세를 보이면 신호를 감지하고 짖어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드디어 기다리던 로리와 상봉하는 날. 커린뿐 아니라 도우미견을 분양받기로 한 여러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들은 12일 동안 개와 유대를 형성하고,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배우고, 훈련한다.
참석자 중 1명인 메건은 박테르 증후군을 앓고 있다. 박테르 증후군은 척추, 항문, 심장, 식도 등이 복합적으로 기형 증세를 일으켜 잘 걷지 못하는 희귀병이다. 잘못 넘어져서 목을 다치기라도 하면 몸에 마비가 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치명적인 병이다. 그럼에도 메건은 여기저기 걸어다니고, 춤을 추는 걸 좋아한다. 메건은 자신이 어딘가로 이동할 때 도움을 줄 도우미견을 만나기 위해 왔다. 도우미견의 이름은 ‘스트랙스’. 메건은 스트랙스를 만나자마자 좋아서 어찌할 줄 모른다.
개를 만나러 온 아이들은 뇌전증이나 자폐증 등 저마다 조금씩 아픔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개와 만나는 순간에는 모두 한껏 해맑은 미소를 보인다. 커린의 엄마가 “로리에게 우리 가족 최고 귀염둥이 자리 뺏겨서 어떡하니”라고 놀려도, 커린은 “난 그냥 두 번째 할래요”라며 웃었다. 단체에선 도우미견과 도움을 받을 아이 사이에 절대적 유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이를 위해 아이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은 개에게 먹이를 주거나 놀이를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자칫 다른 사람과 유대가 더 강해지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소홀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커린의 언니는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어쩔 수 없다.
12일 간의 훈련을 마치면 개들은 자신들이 도와줄 아이의 가족이 돼 평생을 함께하게 된다. 둘은 그야말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다. 커린도 로리의 도움 없이는 혼자 다닐 수 없는 운명이다. 하지만 커린의 엄마는 “장애가 있는 아이로 사는 게 아니라, 항상 개와 함께 있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커린의 엄마는 매일 밤 커린이 자는 침대 옆 방바닥에 누워서 잠을 청한다. 언제라도 발작 증세가 나타나면 대응하기 위해서다. 로리가 온 후로도 엄마는 커린 곁을 떠나지 못한다. 그녀는 “이런 삶이 변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로리 덕에 조금은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좋은 팀”이라고 했다.
‘소녀와 개’라는 제목의 첫 회는 자극적인 장면은 없지만,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귀여운 개들의 모습만으로 충분한 힐링을 제공한다. 보는 내내 흐뭇한 아빠 미소를 유발하는 이 에피소드를 포함한 ‘개와 함께’ 시즌1은 2018년 인기리에 끝났다.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자 넷플릭스는 후속 시즌을 이달 7일 출시됐다. 2번째 시즌에서는 우주비행사, 신부, 파병군인 등 다양한 이들과 개의 인연을 소개한다. 그 이야기들은, 어떤 상황, 어떤 직업의 사람이든 누구나 개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개요 다큐멘터리 l 미국 l 2018 l 6부작
등급 12세 관람가
특징 개는 인간의 동반자
평점 IMDB 8.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