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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를 떠올리면 항상 두 가지가 헷갈린다. 누가 아그네사이고 애니프리드인지 누가 베니이고 비욘인지가 우선 헷갈리고, 이 네 사람이 어떻게 두 부부로 나뉘는지 늘 헷갈린다. 그래서 ‘아비애베’ 같은 방법으로 외우곤 했다. 그런데도 베니와 비욘 얼굴이 헷갈리니 여전히 헷갈린다.

▼ABBA - ‘I Still Have Faith In You’

그만큼 이들 네 명은 ‘아바’라는 이름으로만 강렬하게 기억된다. 이름의 이니셜을 딴 ABBA란 그룹명 덕분에 A로 시작하는 두 여자와 이름 첫 자가 B인 두 남자가 있다는 사실만은 잊어버리지 않는다(ABBA는 1838년 창업한 스웨덴 생선 통조림 회사 이름이기도 하다. 아바는 데뷔할 때 이 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유니버설뮤직그룹


지난 주 아바가 40년 만에 신곡 두 곡을 발표했다. 지난 세월 꾸준히 재결합을 부인해 오던 이들은 2016년 30여년 만에 공식 무대에 올랐고, 2018년 재결합과 새 앨범 발매 계획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실제 신곡 발표까지 또 3년이 흐른 셈이다.

아바 새 앨범 '보야지' 커버

‘I Still Have Faith In You’를 비롯한 새 노래 두 곡은 당연히도 전성기 시절 아바의 목소리가 아니다. 아그네사의 쨍 하던 소프라노는 무뎌졌고 애니프리드의 메조 소프라노도 묵직함이 많이 사라졌다. 아바 특유의 중독적인 반복 후렴구도 없다. 그러나 70세가 넘은 이들 새로운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칭송받을 일이다.

▼ABBA - ‘Ring Ring’

‘Ring Ring’은 아바의 첫 히트곡이다. 그리고 아바의 10년 전성기를 예고한 곡이기도 하다. 아바는 이 노래를 들고 1973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나가 3위를 했다. 그러나 이 노래는 그 해 스웨덴 차트 1위에 오르며 큰 인기를 얻었다. 아바 열풍의 시작이었다.

아바의 노래는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진 ‘맘마 미아!’ 덕분에 지금까지 그 인기가 식지 않고 있지만, 그런 이유로 덜 알려진 노래도 많다. 그 중에서도 ‘Intermezzo No.1’이란 곡은 아마 가장 생소한 곡일 것이다. 아바는 1973년부터 마지막 앨범을 내던 1981년까지 단 한 해만 빼놓고 매년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이 곡은 1975년 앨범 ‘ABBA’에 수록된 연주곡으로, 아바 노래 가운데 가사는 물론 허밍조차 없는 유일한 곡이다.

▼ABBA - ‘Intermezzo No.1’

이 곡은 4인조 혼성 보컬그룹 이미지가 강했던 아바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였던 베니와 비욘의 음악 창작력을 잘 보여준다. 피아노와 키보드가 이끌고 관악기가 따라가는 이 곡의 오케스트레이션은 당시 절정에 달했던 북유럽의 프로그레시브 록 조류와 흡사하다. 아바는 늘 듣기 편하고 따라 부르기 좋은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음악만 한다고 해서 활동 당시 평론가들의 박한 점수를 받았지만, 훗날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데엔 이런 곡에서 발견되는 음악의 뿌리 덕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바 음악의 특징 중 하나는 20세기 대중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흑인 음악의 요소를 거의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아바의 음악은 백인 음악 가운데서도 유럽, 특히 북유럽 음악에서 뻗어나온 팝이다. 그래서 아바의 음악은 빠르고 신난다 해도 그 저변에 우울한 정서를 담고 있다는 비평도 있다.

▼ABBA - ‘Does Your Mother Know’

‘Does Your Mother Know’는 아바의 노래처럼 들리지 않는 곡 중 하나다. 비욘이 메인 보컬을 맡은 유일한 곡이기 때문이다. 기타리스트이기도 한 비욘은 이 노래 전주에 록 기타 리프를 삽입해 디스코에 로큰롤을 결합시켰다. 이 노래는 아바 음악의 또 다른 특징을 담고 있는데, 그것은 ‘엄마가 아시니?’ 하는 노래 제목에 담겨있다. 가사 내용도 춤 추자고 접근하는 여자아이에게 ‘너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 엄마가 아시니?’ 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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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가 활동하던 1970년대는 영미권 대중음악에 히피즘이 출렁였으며, 노래 제목들은 ‘엄마가 아시니?’가 아니라 ‘엄마한텐 비밀이야’가 대세였다. 당연히 부모 세대들은 그런 노래들을 환영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바 노래들에 담긴 정서는 그런 ‘정치적 올바름’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그렇기에 전세계 어디서나 남녀노소가 함께 듣는 건전한 팝이 됐다. 당대의 뮤지션들처럼 세상을 삐딱하게 봤던 평론가들이 아바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 않은 이유에 바로 이런 점도 포함된다.

▼ABBA - ‘The Winner Takes It All’

전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아바의 곡은 아마도 ‘The Winner Takes It All’일 것이다. 승자독식을 노래한 이 곡은 아주 다양하게 해석되지만 아그네사와 이혼한 비욘이 당시 심정을 묘사한 노래라는 것이 가장 설득력을 얻었다. 이 노래 뮤직비디오의 분위기도 그렇고 비욘이 술을 마시고 일필휘지로 써내려 간 가사라는 둥 루머들도 돌았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사랑이든 돈이든 성취에 실패한 사람들의 심경을 절절히 묘사한 가사 덕분에 지금껏 사랑받는다.

▼ABBA - ‘Thank You For The Music’

70대 중반이 된 아바 멤버들이 과연 얼마나 활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도 노년에 이르러서 자신들이 오래 전 불렀던 노래 ‘Thank You For The Music’ 가사의 뜻을 새삼 깨달은 모양이다. “나는 별 것 없고/ 사실 좀 지루한 사람이어서/ 내가 하는 농담은/ 썰렁하기 일쑤죠/ 그렇지만 나에겐/ 놀라운 재능이 있어요/ 내가 노래하기 시작하면/ 모두가 귀 기울이거든요/ 정말 감사하고 자랑스러워요/ 내가 원하는 건 소리 내어/ 노래하는 것 뿐....”

[지난 스밍 List!] ☞조선닷컴(chosun.com/watching)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김목경 ‘거봐 기타치지 말랬잖아’

🎧이병우 ‘비’

🎧김수철 ‘별리’

🎧이한철 ‘슈퍼스타’

🎧장덕 ‘예정된 시간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