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골판지 박스 제조 공장으로 입고되는 골판지 원지가 트럭에 실려 있다. 최근 골판지 제조 업계는 원재료 공급난을 겪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경제가 일상화하면서 사용량이 급증한 상품 포장 박스용 골판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폐지 수입량 감소와 박스 원자재인 골판지 원지 생산공장 화재로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골판지 원지는 골판지 제작에 사용되는 표면지(겉지)와 이면지(속지), 표면지와 이면지 사이에 들어가는 구불구불한 골심지 등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재료다. 골판지 원지 공급난은 골판지 가격 인상, 소비자 택배료 인상 등으로 이어지고, 수출용 제품 포장 박스 제작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수출 비용과 물류비 인상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광주광역시 하남공단 내에 위치한 골판지 제조업체인 태성산업 공장 전경.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는 늘어

14일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은 제지업계에 골판지 원지 수출과 사재기 등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 12일 경기도 안산의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인 대양제지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로 생산이 전면 중단되면서 골판지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대양제지는 12일 안산공장 화재에 따른 건축물 및 기계장치 소실로 골판지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작년 매출 대비 54.8%에 달하는 약 1424억3460만원 규모의 생산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양제지는 연간 국내 골판지 원지 공급량의 7% 이상을 담당해 왔다.

골판지 업계는 최근 원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7월 환경부의 ‘폐지 수입 신고제’ 시행 이후 골판지 원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 폐지의 월간 수입량이 6월 4만8000t 에서 7월 3만1500t으로 1만6500t(34%)이나 급감했다.

골판지 원료인 폐지 수입 실적

환경부가 신고제를 시행한 이유는 “이물질 등에 오염된 폐지가 국내에 반입돼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였다.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는 신고제 이후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충분한 분량만큼 폐지를 수입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이 공급이 줄어드는데 수요는 늘고 있다. 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은 코로나로 비대면이 일상화하면서 택배 상자 등의 수요가 늘어 올해 골판지 수요는 전년 대비 5%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류비 인상 가능성 높아

이는 택배, 수출 등 포장재를 쓰는 모든 산업에 비용 증가 요인이 된다.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인 A사는 당장 16일부터 가격을 t당 20%가량 인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은 우선 대만·일본·동남아 각국에 골판지 원지 비상 수입 가능 여부를 타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대만은 중국에 대량으로 수출하고 있어 여유 물량이 없다고 답했고, 일본은 12월부터 약 500t을 지원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이 정도 물량으로는 부족분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합은 이에 따라 골판지 원지 업체에 가급적 수출을 줄여 내수 물량을 늘려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골판지 박스 등 제조업체에는 사재기 등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조합 김진무 전무는 “대체 원자재 수입이 어려울 경우 공급 부족난이 불가피해 전기전자 제품 등 주요 수출품 포장 박스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