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부부 공동 명의 1주택자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령자·장기 보유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원래 부부 공동 명의는 절세 수단이었는데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단독 명의보다 종부세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경우가 생겼다. 장기 보유한 일부 고가 아파트의 경우 부부 공동 명의로 6억원씩 12억원을 공제받는 것보다 단독 명의로 9억원을 공제받고 추가로 고령자·장기 보유 공제를 받는 게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윤희숙 의원(국민의힘)이 지난 8월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향해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굉장히 시대에 역행한다”고 비판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30일 이를 수정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의결했다. 부부 공동 명의에 대한 역차별 해소에 여야가 합의했고 정부가 대안을 냈다.
◇부부 공동 명의, 단독 명의 선택 가능
부부 공동 명의자는 옵션(선택지)이 하나 더 생긴다. 기존처럼 부부 6억원씩 총 12억원 공제를 받거나, 단독 명의와 같이 9억원 공제에 고령자·장기 보유 특별 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 계산기를 두드려 자기한테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세부 내용은 시행령에 담을 예정이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서 거론되는 방안을 종합해 보면, 공시가격 20억원짜리 아파트를 5대5 비율로 보유한 부부의 경우, 기존처럼 각각 4억원(10억원에서 6억원 공제)에 대해 종부세를 내거나 남편이 대표로 (단독 명의자인 것처럼) 20억원에서 9억원을 공제받은 뒤 나이, 보유 기간을 따져 고령자·장기 보유 특별 공제를 추가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는 대표 명의자 1명만 내면 된다.
내년부터 고령자 공제는 60세 이상인 경우 20~40%, 장기 보유 공제는 보유 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 20~50% 세액공제를 해준다. 둘을 합쳐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70세인 사람이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한 경우, 65세인 사람이 주택을 15년 이상 보유한 경우 80%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정원준 한화생명 세무사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16억원(내년 16억9300만원)인 아파트를 65세 부부가 15년 보유한 경우 종부세 부담은 올해 112만3200원에서 내년에는 168만4800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단독 명의를 선택하면 종부세 부담이 101만5653원으로 40%가량 줄어든다.
◇집 살 땐 무조건 부부 공동 명의로
그럼 현재 공동 명의자들은 내년에 어떤 선택을 하면 유리할까? 본지가 정진형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공인회계사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에는 공시가격이 14억원 이상이면 부부 공동 명의가 단독 명의보다 종부세가 더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진형 회계사는 “공시가격 14억원 미만은 부부 합산 공제(총 12억원)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유리하고 14억원 이상은 단독 명의를 선택해 특별공제 혜택을 최대한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 시뮬레이션(모의 추계)은 65세 1주택자가 주택을 15년 이상 보유해 고령자·장기 보유 특별 공제 혜택이 80%인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개인마다 나이, 보유 기간에 따라 공제율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실제 부담액은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한다.
새로 집을 장만하는 부부는 공동 명의를 하는 것이 유리해진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선택권이 생긴 부부 공동 명의가 선택권이 없는 단독 명의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앞으로 새로 집을 사는 사람들은 전부 부부 공동 명의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단독 명의자들은?
이번 합의로 부부 공동 명의자에 대한 역차별은 해소될 수 있겠지만 논란은 남을 것으로 보인다. 단독 명의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선택권을 가지게 된 공동 명의자와 달리 단독 명의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무사 A씨는 “의자 다리 길이를 맞추겠다고 한쪽을 잘랐는데 또 높낮이가 안 맞는 상황”이라며 “단독 명의자들이 반발하면 또 바꿀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불평등을 바로잡겠다고 누더기 제도를 손댄 결과 또 다른 불평등이 발생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현재 단독 명의자는 공동 명의로 변경하는 게 쉽지 않다. 지분을 나누려면 증여세와 취득세를 내야 하는데 특히 취득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세무사 B씨는 “단독 명의자에게도 선택권을 주거나 증여세·취득세 부담을 한시적으로 낮춰 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종부세는 이미 고지가 돼 내년부터 적용된다는 것도 문제다. 이미 맞은 ‘세금 폭탄’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부부 공동 명의가 불이익을 받는 경우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