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0일(현지 시각)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의 손을 들어주자 LG 측은 “영업비밀 침해가 명백히 확인됐다”며 피해 수준에 상응하는 합의안을 적극 제시하라고 압박에 나섰다. SK는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며 유감을 표했다.

11일 서울 LG와 SK 본사 건물 모습.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자사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 시험,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부정하게 사용해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인정했다”며 “SK이노베이션의 증거 인멸 등에 기반한 조기 패소 결정이 그대로 최종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이번 결정으로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 행위가 명백히 입증됐다”며 “ITC 분쟁은 자사가 사업과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당연히 취해야 할 법적 조치로, 30여년 간 수십조원의 투자로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정당하게 보호받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을 향해 “이제라도 소송 상황을 왜곡해온 행위를 멈추고 ITC 최종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하라”며 “하루 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LG는 특히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ITC 최종 승소 결과를 토대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LG 입장에선 합의금으로 3조원 안팎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에서 “이번 ITC 결정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며 “결정에서 주어진 유예기간 중에 그 후에도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다만 ITC는 SK와 계약한 자동차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드에는 4년, 폭스바겐에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허용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절차(Presidential Review 등)를 통해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앞서 ITC는 10년간 미국에서의 생산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ITC는 홈페이지에 올린 결정문에서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미국에서 배터리의 수입과 판매, 마케팅, 영업, 유통 등의 행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자유무역지역(foreign trade zone)을 통한 수입도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SK 입장에선 우회 수출도 어려울 전망이다.

SK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은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될 때, ITC 최종판결 이후 60일 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2010년 이후 ITC에서 진행된 약 600여건의 소송 중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1건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