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찾아간 계좌가 전체의 96.7%라고 한다. 실제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은퇴 후 받은 퇴직금을 고스란히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 넣었다가 55세 이후에 수령하는 이는 매우 드물다. 55세 이후 퇴직연금으로 나눠 받는 소수는 비교적 노후 준비가 잘되어 있어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대다수 은퇴자는 한 번에 퇴직금으로 받은 목돈을 과연 어디에 쓰는 것일까?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창업 기업 동향’을 보면 그 답을 추정할 수 있다. 작년 창업 기업은 총 148만4667곳으로 전년에 비해 15.5% 늘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38.1%, 청년층(39세 이하)이 11.4% 늘어 전체 창업 증가를 이끌었다. 모든 연령대 중에서도 두드러지게 창업이 증가한 연령대가 바로 60세 이상이다. 은퇴 자금 상당수가 이들의 창업 자금으로 흘러갔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60세 이상이 창업한 업종 중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임대 사업자 등 부동산업으로, 전년 대비 89% 늘었다.
◇청년보다 稅 혜택 적은 노년 창업 증가
즉 60세 이상에서 부동산업 창업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작년부터 연 2000만원 이하 주택 임대 소득에 과세하면서 사업자 등록이 의무화된 원인이 크다. 또 은퇴자들에게는 노후에 꾸준한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처분할 때 시세 차익까지 노릴 수 있는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는 부동산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많은 은퇴자가 퇴직금으로 창업하거나 부동산을 산다고 볼 수 있다.
노년 창업은 대단한 모험이다. 은퇴자에게 왜 창업하는지 물으면 재취업이 되지 않아서, 아니면 생계나 가족 부양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창업한다고들 한다. 젊을 때와 달리 은퇴 이후에는 사업에 실패하면 체력적으로나 시간적, 경제적으로 재기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꼼꼼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중소기업 창업자에 여러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노년 창업이 느는 데 비해 세금 감면은 청년 창업자에게만 집중돼 있다. 예를 들어 만 15세에서 34세까지는 세법에서 정한 중소기업을 수도권 과밀 억제권역에서 창업하면 5년간 소득세나 법인세를 50% 감면해주고, 그 외 지역에서는 5년간 100% 감면해준다. 은퇴자에게는 이러한 특별 세제 혜택이 없다.
이 때문에 은퇴자들은 창업 초기부터 세금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한다. 영세한 규모라면 인터넷에 접속해 국세청 홈택스로 간단한 전자 신고 정도는 할 수 있게끔 알아두는 편이 좋다. 세무 대리인에게 업무 일체를 맡기더라도 평소 세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식이 있어야 전문가에게 적극적으로 절세를 의뢰할 수 있다.
◇사업자등록신청 등 노년 창업 절세법
사업을 새로 시작하려는 은퇴자가 만약 사업자 등록상 부가가치세 일반 과세자라면 절세할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사업 준비를 위해 각종 비품을 구입하거나 여러 비용을 치르는 경우라면 아직 사업자등록번호가 없을 것이다. 이때 주민등록번호를 대신 기재해 꼭 세금계산서를 받기를 권한다.
사업자 등록 신청 전 부담한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으려면 신청 시기가 특히 중요하다. 1~6월의 사업자 등록 전 매입 세액(부가세)은, 7월 20일까지 사업자 등록을 해야 환급받을 수 있다. 7~12월의 사업자 등록 전 부가세는 다음 해 1월 20일까지 사업자 등록을 해야 공제받을 수 있다.
출퇴근 등 업무용 차량은 되도록 개인 사업자 본인 명의 또는 법인 명의로 하는 것이 좋다. 경차나 화물차 또는 9인승 이상 차를 출고하면 차량 구입 가액에 포함된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수 있으며, 향후 유류비도 매입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만약 8인승 이하 승용차(경차 제외)를 운행한다면 별다른 부가가치세 혜택은 없다. 다만 지난해 매출액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사업에 관한 모든 거래 사실을 장부에 기록할 의무가 있는 복식부기 의무자가 되는데, 이때 ‘업무용 승용차 운행 기록부’를 운행할 때마다 꼼꼼하게 쓰는 습관을 들이면 소득세나 법인세를 줄일 수 있다.
업무 관련 각종 증빙도 놓치지 말자. 특히 중소기업의 연간 접대비 한도가 연간 3600만원으로 크게 늘었고 접대비 범위도 완화되는 방향으로 개정됐으니 이를 잘 활용하면 좋다. 원활한 업무를 위해 직간접으로 업무와 관련 있는 자에게 지출한 각종 경조사비도 건당 20만원까지 접대비 한도 내에서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청첩장, 부고장, 회갑연, 개업, 돌잔치, 연주회 등 스마트폰으로 받는 각종 경조사·행사 안내를 캡처해 출력 후 업무 관련성을 메모해 경비에 반영하거나 세무 대리인에게 제출하는 것도 절세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