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03%, S&P500은 0.03%, 나스닥은 0.2% 올랐습니다. S&P500와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이기는 하지만 강한 상승세는 아니었습니다. 반면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가 집계한 4월 미국의 전국 주택가격지수는 전년보다 14.6%가 올랐습니다. 상승폭이 역대 최대입니다.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는 ‘부동산이 테이퍼링 1순위’, ‘가치주는 아직 죽지 않는다’, ‘올해 주가 피크 논란’를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부동산이 테이퍼링 1순위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가 집계한 4월 전미주택가격지수가 전년보다 14.6% 올랐습니다. 이 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7년 이후 역대 최대폭입니다. 전달에는 13.4% 올라 부동산 거품 우려가 컸는데, 더 큰 폭으로 오른 것입니다. 20대 도시만 보면 상승률이 14.9%로 상승률이 더 높습니다.

미국 주택가격 상승률 추이

앞서 전미부동산협회의 5월 미국 집값 조사에서도 미국 집값의 중간값이 35만300달러로 처음으로 35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전년보다 23.6% 급등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이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 테이퍼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미 연준은 1200억 달러의 채권을 매달 시장에서 매입하고 있는데, 800억 달러는 국채이고 400억 달러는 모기지담보증권(MBS)입니다. 그런데 굳이 모기지담보증권을 매입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게 유지할 필요가 있냐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미국은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연 3.125%, 15년 만기 금리가 연 2.25% 수준입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의 거품과 붕괴 사이클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보이는 것은 미 연준이 경제에 대한 금융 지원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을 고려하는 요소라고 했습니다. 앞서 그는 연준 당국자들이 두 가지 속도의 테이퍼링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모기지 시장에 동일한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모기지담보증권 매입에 따른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는데도 모기지담보증권을 계속 사들여야 하는지 의문이고 이런 의견을 지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때도 제기했다”고 했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도 CNBC에 나와 “주택 가격이 치솟고 있어서 연준의 모기지담보증권 매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쪽으로 생각이 약간 기울고 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준의 모기지담보증권 매입이 모기지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가치주는 아직 죽지 않는다

투자은행인 UBS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크 해펠이 가지주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연초 이후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다가 최근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클레이즈 등은 시장의 관심이 경기민감주에서 성장주로 돌아설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UBS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 가치주는 16% 올랐고, 성장주는 11% 올랐다고 합니다. UBS가 가치주가 죽지 않는다고 보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UBS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첫째, 연말까지 금리는 서서히 상승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1.5% 선에서 등락을 하고 있지만, 연말까지는 연 2%까지 상승할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미 의회에서 인프라 투자 법안이 통과하고, 미 연준은 테이퍼링을 향해 나갈 것이란 게 그 이유입니다. 인프라 투자 재원은 증세나 국채 발행으로 해야 하는데, 국채 발행이 늘면 금리는 오르게 됩니다. 테이퍼링을 해서 미 연준이 장기 국채 매입을 줄여도 장기 금리가 오르게 되지요. 장기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의 시장 가치는 떨어지고, 금융주 등 전통적인 가치주의 시장 가치는 오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둘째, 가치주가 경제 성장세가 강할 때 성적이 좋다는 이유입니다. 현재 경제 성장세가 강해지는 구간이므로 가치주의 성적이 좋을 것이란 얘기지요. 미국 경제가 작년 마이너스 3.5% 성장에서 올해 6.8% 성장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클레이즈나 BNP파리바 등은 7% 넘는 성장을 할 것이란 얘기도 하고 있습니다. 미 연준도 최근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을 6.5%에서 7%로 높였습니다. 이렇게 경제 성장세가 좋을 때 성장의 수혜를 받는 가치주의 실적이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성장주는 미래의 수익을 보면서 투자하는 것인데, 실제 실적에선 가치주를 못 따라 간다는 애기입니다.

셋째, 성장주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입니다. 현재 성장주의 가격 대비 이익(PER)을 가치주와 비교한 수준이 1.8배로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수준으로 올라 있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 테크 버블을 제외하고 성장주의 PER는 가치주의 1.4배 수준이었는데 너무 높다는 것이지요. 이게 성장주에 가장 취약한 점이고,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의 가치는 떨어지게 돼 있다는 것입니다.

◇ 올해 주가 피크 논란

최근 서머 랠리에 대한 기대가 크고 연일 주가가 사상최고치이지만 미국 주가가 꼭지점에 왔다는 시각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나온 씨티그룹의 고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S&P500 지수의 올해 전망으로 절반 가까운 씨티의 고객들이 4200~4400을 예상했습니다. 평균은 4269였습니다. 현재 S&P500 지수는 4291.8로 이보다 오히려 높습니다. 평균적인 수치이기는 하지만, 주가의 추가 상승이 어렵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씨티그룹 고객들은 현금 보유를 늘리고 있으면서 20%의 주가 조정도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었습니다.

뉴욕 월가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습. /AP 연합뉴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올해 주가 전망을 4300으로 하면서 앞으로 6개월 간 증시 앞에 놓인 두 가지 위험을 지적했습니다.

첫째, 시장 금리의 상승입니다. 금리 상승 전망은 UBS와 같은 얘기인데 전반적인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다른 방향으로 해석했습니다.

둘째, 세금 인상입니다. 일단 가시적인 1조 달러 규모의 증세 없는 인프라 투자 방안을 바이든 대통령과 초당적 상원 그룹이 합의했지만, 증세 이슈는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재 의원들에게 맡겨져 있지만, 바이든의 증세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법인세와 자본이득세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법인세는 21%에서 28%로 올리려고 하고, 자본이득세는 100만 달러 소득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세율을 20%에서 39.6%로 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금리 상승이 없다면 S&P500 기준으로 47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들의 올해 4분기 금리 전망 평균은 연 1.88%입니다. 최고는 BNP파리바가 연 2.2%까지 내다보고 있습니다. 최저 수준은 바클레이즈가 내다본 연 1.7%입니다. 어쨌든 현재보다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증세의 영향에 대해서 골드만삭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제안이 모두 실현되면 S&P500 기업의 주당 이익은 5%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속속 나올 예정인 2분기(4~6월)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 것이란 말도 나옵니다. 시장 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미 66개 기업이 낸 가이드라인이 월가의 전망보다 좋다고 합니다. 이전에 가이드라인이 월가 전망보다 높았던 기록은 지난 1분기에 59개였습니다. 기업 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서머 랠리 등으로 S&P500이 4400~4420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악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 부동산값이 치솟으면서 미 연준이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현재 매달 400억 달러씩 사들이는 부동산 관련 채권 매입부터 줄인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미 연준이 돈줄 죄기에 나서면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시장에서 저평가된 가치주가 여전히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영원히 소외된 주식도 없고, 영원히 각광받는 주식도 없다는 걸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올해 주가가 꼭지점에 온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하지만 서머 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높습니다. 시장이 한 방향으로 흐르지만 않을 때 투자 기회가 있습니다. 투자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