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는 올해 초부터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의 대형 빌딩 ‘판교 알파리움’ 1동 절반 이상과 2동 전체를 빌려 쓰고 있다. 직원이 늘면서 본사 근처 서너 곳에 흩어져서 근무하던 직원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재택근무가 늘었지만, 신규 채용으로 직원 수가 늘어나 사무실 공간도 계속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교 A급 오피스 2분기 공실률·임대료 추이, 2분기 주요 권역 오피스 공실률 /자료=교보리얼코

코로나 장기화에도 온라인 상거래와 IT 업종 등이 호황을 누리면서 관련 업체가 밀집한 판교 일대에서 사무실 임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IT·바이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사무공간을 확대하고, 신규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오피스 임대 수요까지 급증했기 때문이다.

17일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JLL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판교의 A급(연면적 1만평 이상) 오피스 공실률이 0%를 기록했다. 빈 사무실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임대료도 2017년 2분기 3.3㎡당 5만5500원에서 2018~2020년 6만원 초반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2분기 7만3100원으로 급등했다. JLL은 “판교는 물론 인접한 분당과 강남까지 임대 가능한 사무용 공간이 거의 없다”며 “연말까지 신규 오피스가 공급돼도 공실률이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에 새로 들어서는 건물들은 대기업 임차인이 ‘싹쓸이’하는 분위기다. 판교역 인근 ‘알파돔’ 6-1블록과 6-2블록은 카카오와 네이버가 준공 전부터 입주를 예약했다. 한 IT 업체 관계자는 “작년부터 역대 최대 규모로 채용을 진행하는 판교 IT 업체들이 사무공간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판교에 빈 오피스가 사라지면서 인접한 분당은 물론 서울 강남·여의도 같은 핵심 오피스 권역에서도 공실률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당근마켓은 올해 5월 서울 서초구 ‘강남교보타워’로 사옥을 이전했고, 패션플랫폼 에이블리도 같은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크래프톤과 스마일게이트는 판교를 떠나 역삼동 ‘센터필드’와 ‘오렌지플래닛’ 등 테헤란로에 자리를 잡았다. 자산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는 여의도 ‘파크원’에 새로 입주했다.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작년 1분기 5.65%에 달했던 분당 오피스 공실률은 올해 2분기엔 0.29%까지 내렸다. A급 오피스는 판교와 마찬가지로 공실률 0%로 입주 가능한 사무실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초 대형 빌딩 신규 공급과 리모델링 등으로 공실률이 5%까지 올랐던 강남권도 2분기 공실률이 2.8%로 내렸고, 코로나 악재로 작년 3분기 공실률이 14.5%까지 치솟았던 여의도(8.6%) 오피스에도 임차인들이 속속 들어오는 상황이다. 이영재 교보리얼코 본부장은 “판교에 사무실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분당·강남이나 여의도 권역까지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