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S&P500은 1.65% 오른 3935.18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다우지수는 1.02% 하락한 3만1834.11에 마감했습니다. 특히 나스닥은 3.18% 하락한 1만1364.24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3% 올랐습니다. 월가 예상인 8.1%보다 높은 것입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인플레 피크아웃 vs 고공행진’, ‘베어마켓 앞둔 월가 증시’, ‘시험대 오른 저가 매수’를 꼽았습니다.

이날 미국의 최대 코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가는 26.4%나 폭락했습니다. 코인 관련 결제 회사인 블록도 이날 15.6% 폭락했고, 달러와 1대1의 가치를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 거래를 지원하는 은행으로 널리 알려진 시그니처 뱅크는 10.8% 폭락했습니다. ‘코인 겨울’ 우려가 나오면서 코인 관련 회사들 주가가 폭락세를 보인 것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인플레 피크아웃 vs 고공행진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8.3% 오른 것으로 나왔습니다. 3월의 8.5% 보다 둔화되기는 했지만, 월가 전망이었던 8.1%보다는 높았습니다. 때문에 연준의 긴축 정책 방향을 바꾸게 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미국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미 노동부

4월 소비자물가는 전달 대비로는 0.3% 올라 3월의 1.2%보다는 크게 둔화됐지만 역시 월가 전망 0.2%보다는 높았습니다.

가격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도 4월에 전년 대비 6.2%, 전달 대비 0.6% 올랐습니다. 월가 전망인 6.0%, 0.4%보다 높았습니다. 3월의 전년 대비 6.5%보다는 낮았지만, 전달 대비 0.3%보다는 높았습니다. 근원 소비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건 인플레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에 따라 인플레가 급격하게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인플레가 정점을 찍은 후에도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네이비 페더럴 크레디트 유니언의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프릭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인플레가 피크를 지났을지 모르지만, 이날 나온 소비자물가는 느리고 오래 가는 하향세 또는 심지어 8% 부근에서 당분간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플레 잡기’를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는 연준의 긴축 정책은 예고대로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0.5%포인트의 빅스텝 인상을 결정한 지난 주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에 “향후 두 번의 회의에서 50bp(bp=0.01%포인트)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 있다”고 해서 6, 7월 연속적인 빅스텝 인상 가능성에 대한 신호를 줬습니다. 이에 따라 5, 6, 7월 세 차례 연달아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더해 연준 일각에서는 0.75%포인트의 자이언트 스텝 인상 가능성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파월 의장은 “75 bp 인상은 FOMC가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안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지역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75bp 인상안도 논의 테이블에서 완전히 치워진 것이 아니라고 하고 있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플로리다의 한 행사에서 “(현재보다) 더 움직이는 걸 지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연준 외각에서는 인플레를 잡기 위해 더 강한 금리 인상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연준이 날뛰는 물가를 잡으려면 기준금리를 연 4~5%나 그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연준이 3월 점도표에서 제시한 목표 금리는 올해 연 1.9%, 내년 2.8%인데 그 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 /블룸버그

더들리 전 총재는 “6개월 전만 해도 연 3~4% 정도까지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연 4~5%로 보고 있다”며 “몇 개월 후에 연 5~6%를 얘기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더들리 전 총재는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올려야 할지 또 얼마나 큰 고통이 수반될지에 대해 ‘사탕발림(sugar coat)’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더들리 전 총재는 2009~2018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냈습니다.

한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0일 인플레이션 대책 발표를 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관세에 대해 “우리는 지금 그것(관세 완화)을 논의하고 있으며, 무엇이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인플레를 낮추기 위해 대중 관세 인하도 검토한다는 것입니다. 인플레를 낮추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 베어마켓 앞둔 월가 증시

월가의 대표적인 주가 지수인 S&P500이 하루 만에 다시 4000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장중에는 3928까지 떨어져서 고점 대비 18%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월가에서는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면 ‘베어마켓(약세장)’에 들어간다고 분류하는데, 베어마켓 진입을 앞둔 것입니다. 이미 나스닥은 ‘베어마켓’에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나스닥은 이날도 3% 넘게 떨어졌습니다.

지난달에 S&P500도 결국 베어마켓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던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날 투자자 노트에서 지난 5주간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S&P500이 연준의 긴축 정책에 따라 경제가 주춤하는 정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윌슨은 “향후 12개월 동안 주식의 변동성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전략가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윌슨은 앞서 이달 초 각종 비용 상승과 경기 침체 위험이 증가하면서 S&P500 지수가 단기적으로 3800까지 하락하고, 3460까지도 낮아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윌슨은 S&P500의 12개월 전망으로 3900을 제시했습니다. 내년 봄에 회복이 된다고 해도 지금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윌슨은 방어적인 성격이 있는 헬스케어, 유틸리티, 부동산 관련 주식들은 투자해도 좋은 것으로 봤습니다.

반면 골드만삭스의 전략가인 피터 오펜하이머는 지난 몇 주간의 주가 하락으로 매수 기회가 만들어졌다며 인플레나 ‘매파 연준’이라는 요소는 이미 미국 주식에 반영이 된 상태라고 했습니다.

이날은 금리가 결국은 하락세를 보였는데도 테크주들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메타(-4.5%), 애플(-5.2%), 아마존(-3.2%), 넷플릭스(-6.4%), 알파벳(-0.7%) 등 FAANG 주식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테슬라(-8.3%), 마이크로소프트(-3.3%), 엔비디아(-5.5%)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한 때 상승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전날보다 0.08%포인트 떨어진 연 2.91%에 마감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가능성에 베팅하는 세력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경기가 침체되면 장기 금리는 떨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떨어지면 테크주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날은 달랐습니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도 악화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이날 미국의 최대 코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가는 26.4%나 폭락했습니다. ‘코인 겨울’ 우려가 나오면서 코인 관련 회사들 주가도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코인 관련 결제 회사인 블록도 이날 15.6% 폭락했고, 달러와 1대1의 가치를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 거래를 지원하는 은행으로 널리 알려진 시그니처 뱅크는 10.8% 폭락했습니다.

앞서 코인베이스가 발표한 실적은 ‘어닝 쇼크’ 수준이었습니다. 올해 1분기 11억7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 줄어든 것입니다. 월가 전망치인 14억8000만 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습니다. 순손실도 4억30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코인베이스의 사용자와 거래량도 급감했습니다. 1분기 사용자수는 920만명으로 전분기보다 20%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거래량은 전기 대비 43.5%, 전년 대비 7.8% 감소했습니다. 작년 11월 이후 비트코인 등 코인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코인베이스 주가는 작년 4월 상장 때 328달러였지만, 현재 53달러 수준으로 6분의1토막 난 상태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작년 6월 이후 처음으로 3만 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 중 하나인 테라의 폭락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1테라는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해야 하는데, 한때 20센트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70센트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테라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개발해서 ‘김치 코인’의 하나로 분류됩니다. 권 대표는 테라의 가치를 유지할 준비금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비트코인 가격까지 동반 하락하는 모습입니다.

스테이블 코인 중 하나인 테라의 가격 추이. /자료=코인데스크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10일 미국 의회에서 테라를 언급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이 급락하면서 가치가 떨어졌다”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만큼 위험도 빠르게 증가한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 시험대 오른 저가 매수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최애 전략인 ‘저가 매수’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내용의 기사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진행되고 그에 따른 경제 침체 우려가 월가에서 퍼지는 와중에도 주식 저가 매수 전략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다 리서치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과 ETF(상장지수펀드) 순매수 규모는 지난 5일 5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빅스텝 금리 인상 충격으로 S&P500이 3.6% 급락하던 날 26억 달러에 달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순매수 규모를 월별로 보면, 3월에 282억 달러로 월별로 따져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한 달 동안 S&P500이 8.8% 떨어진 4월 들어서도 244억 달러를 순매수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1월과 2월 S&P500이 각각 5.3%, 3.2% 떨어질 때도 278억 달러, 243억 달러를 순매수했었습니다.

지난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개인투자자들은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2018~2019년에 한 달에 100억 달러 이상 순매수한 적이 없었습니다.

또 미국개인투자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지난달 포트폴리오의 70% 가까이가 주식입니다. 이는 2018년 초 이후 가장 주식 비중이 높은 수준입니다. 대신 채권 비중은 14년만의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가계가 1500억 달러의 주식을 매수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3900억 달러를 매수해서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이후 계속 주식을 살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각을 나누면서 이 같은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FOMO(fear of missing out, 자신만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퍼진 것도 영향을 줬다는 게 WSJ의 분석입니다.

이 같은 개인투자자들의 ‘저가 매수’ 전략은 기관 투자자들이나 부자들의 투자 전략과는 다른 것입니다. JP모건체이스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들은 올 들어 1999억 달러의 자금을 주식 시장에서 뺐습니다. 또 기관 투자자들은 선물, 옵션, 공매도 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서 하락장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전략은 성공적이지 못 했습니다. 반다 리서치 추정에 따르면 작년 고점에서 주식을 산 개인들은 평균 28% 정도의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또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밈 주식(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는 주식)인 게임스톱, AMC엔터테인먼트 등은 올 들어 11일까지 각각 45.2%, 61.9% 폭락했습니다. 블룸버그가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밈 주식 37개를 묶어서 봤더니 작년 1월 고점 이후 63% 하락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는 밈 주식 37개의 평균 주가 추이. /자료=블룸버그

개인투자자들의 저가 매수 전략이 성공하려면 최종적으로 주가가 올라야 합니다. 향후 연말까지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월가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무조건적인 저가 매수 전략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가치 투자 대가인 워런 버핏의 저가 매수 전략은 ‘좋은 경영자가 경영하는 좋은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을 적당한 가격이나 할인된 가격에 사서 그 기업 가치가 충분히 주가에 반영될 때까지 장기 보유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철학에 따라 올해 1분기 애플 주가가 사흘 연속 떨어졌을 때 버핏은 애플 주식을 6억 달러 어치를 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애플 주가가 다시 오르자 매수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기업 실적과 향후 시장 전망을 고려하고, 자신의 투자 성향을 잘 따져서 전략을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가 8%대를 기록했습니다. 3월보다는 낮지만 앞으로 고공행진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연준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예고하고 있는 긴축 정책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긴축은 증시에 돈을 마르게 할 우려가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둘째, 월가 주가가 힘을 못 받고 있습니다. 높은 인플레, 연준의 긴축 정책,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 봉쇄 등 많은 리스크가 월가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리스크 요인들이 해소되는지 강화되는지 계속 점검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미국에서 ‘저가 매수’ 전략을 쓰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기업 실적이 양호하면 주가는 장기적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출렁임이 강한 때입니다. 투자 시계를 어디에 둘지 따지면서 투자에 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