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15% 상승한 3만1928.62에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S&P500은 0.81% 떨어진 3941.48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2.35% 하락한 1만1264.45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포인트 떨어진 연 2.76%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스냅의 한 방’, ‘몸 푸는 연준 비둘기파’, ‘증시 바닥은 연준 책임?’을 꼽았습니다.

연준 내 비둘기파에서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4일 홈페이지에 올린 에세이에서 물가에 대처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방송에서 자세한 발언 내용과 바뀐 금리 전망에 대해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스냅의 한 방

이날 대형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상승했는데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특히 금리가 하락세를 보였는데도 기술주들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통상 금리가 떨어지면 테크주들은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포인트 하락한 연 2.76%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기술주들의 하락은 ‘스냅 효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에서 MZ 세대의 메신저, 소셜미디어로 불리는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은 하루 사이에 43.1%나 폭락했습니다.

지난 2017년 3월 스냅 상장 때 뉴욕증권거래소의 화면에 비쳤던 스냅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스냅은 전날 공시를 통해 “거시경제 환경이 지난달 21일의 실적 가이던스 제시 때와 비교할 때 크게 악화하고 있다”며 “2분기 실적이 종전에 제시했던 숫자의 하한선을 밑돌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당시 실적 발표 때 스냅은 2분기에 전년 대비 20~25%의 매출 성장이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이것도 애널리스트 전망에 못 미치는 것이었습니다. 스냅은 또 “지난 12개월간 2000명을 새로 채용했는데, 연내엔 500명만 추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적 부진 여파로 신규 채용 속도를 확 늦추겠다는 것입니다.

스냅의 최고경영자(CEO) 에반 스피겔은 23일 직원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다른 많은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인플레와 금리 상승, 공급망 부족, 고용 혼란, 플랫폼의 정책 변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 등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같은 스냅의 향후 전망 악화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이는 빅테크에 대한 투자 심리도 나쁘게 했습니다. 앞으로 온라인 광고 시장이 안 좋을 것이란 전망에 더해 각종 비용 상승으로 경영 환경이 안 좋아질 것이란 얘기입니다. 메타 플랫폼 주가는 7.6% 급락했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주가도 5%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도 23.6% 폭락했고, 트위터는 5.5% 급락했습니다. 이에 전반적인 나스닥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입니다.

이날 나온 각종 경제지표도 안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미 상무부는 이날 4월 신규주택 판매가 전달대비 16.6%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는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월간 감소폭인 16.6%는 2013년 이후 가장 큰 폭입니다. 미국 모기지업체 페니메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더그 덩컨은 “주거용 주택 투자에 대한 급격한 침체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르고 있어서 신규주택 판매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기지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평균 금리는 지난주에 연 5.25%로 연초의 연 3.1%에서 급격히 올랐습니다.

금리 상승으로 대출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가 위축될 우려도 나옵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기업 레드핀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모기지 상환액은 전년보다 43.4% 늘어난 월 2447달러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에서 주택 구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월 평균 모기지 상환액 추이. /자료=레드핀

기업 심리 지수도 안 좋은 모습입니다. S&P글로벌이 집계한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7.5로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5월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53.3로 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여전히 기준선인 50보다는 높아서 경기 확장 국면을 나타내고 있지만, 기업들의 심리도 나빠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 몸 푸는 연준 비둘기파

연준 내 비둘기파에서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4일 홈페이지에 올린 에세이에서 물가에 대처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보스틱 총재는 최근 비둘기파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23일 애틀랜타 로터리 클럽에서 연설을 한 후에 기자들과 만나 “9월엔 금리 인상을 잠시 멈추는 게 타당할 수 있다는 게 나의 기본적인 관점”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보스틱 총재는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소방차도 교차로에선 속도를 줄인다”라는 비유를 했습니다. 연준이 급하게 인플레라는 불을 끄기 위해 출동하고는 있지만, 좌우를 돌아봐야 할 때는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보스틱 총재는 물가 압력을 진정시키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전망을 너무 신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스틱 총재는 “불확실성은 팬데믹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 차질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측면에서 경제 전망을 장막처럼 가린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이 같은 불확실성을 유의하고 정책 긴축에 있어서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올린 에세이 글. /애틀랜타연준

다만 보스틱 총재는 그간 6월과 7월에 0.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하는 ‘빅스텝 인상’에는 찬성하는 의견을 밝혀 왔었습니다. 보스틱 총재는 올해에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의결권이 없습니다.

한편 매파 성향을 보이고 있는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추가 긴축 경로는 인플레가 진정되는 징후에 달려 있다고 하면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여지를 뒀습니다. 조지 총재는 올해 FOMC에서 의결권을 갖고 있습니다.

조지 총재는 23일 한 심포지엄에서 “추가 금리 인상으로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가 8월까지 연 2% 근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며 “인플레가 분명 감속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나올 경우 추가 긴축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6월과 7월 두 차례 0.5%포인트 인상을 하면 기준금리는 연 1.75~2%로 조지 총재가 얘기한 수준에 도달합니다. 조지 총재 얘기는 일단은 물가 추이를 봐 가면서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 속도를 0.25%포인트씩으로 올리는 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월가의 관측과 부합되는 얘기입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연방준비은행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의 경제 전문가 설문 조사를 보면 내년 이후 향후 연준의 긴축 방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헷갈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설문에는 53명의 경제 전문가가 응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내년 말 미 연준의 기준 금리 전망에 대해서 하단의 다섯 명의 중간값은 연 1% 아래였고, 상단 다섯 명의 중간값은 연 4%쯤이었습니다. 내년에 금리 인상을 지속한다는 전문가도 있었지만, 금리 인하에 나선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난주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폭스 비즈니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여전히 올해 연 3.5%까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했지만, 인플레가 잡힌다는 전제 아래 내년과 2024년에는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내년 금리 정책 방향은 예측하기 힘듭니다. 설문 조사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의 전체 중간값은 연 3%였습니다.

◇ 증시 바닥은 연준 책임?

월가의 헤지펀드 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이 최근 하락장의 바닥을 보기 위해서 연준이 인플레를 확실하게 잡겠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빌 애크먼은 ‘리틀 버핏’이라고 알려진 유명한 투자자로 2004년 자신이 설립한 헤지펀드 퍼싱스퀘어 캐피탈 매니지먼트를 현재까지 직접 경영하고 투자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미국에서 코로나가 확산될 때 “지옥이 오고 있다”는 경고를 한 후에 시장 하락에 베팅해서 20억 달러를 번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연합뉴스

빌 애크먼은 24일 트위터에 “이 하락하는 시장의 소용돌이는 어떻게 끝날까? 연준이 인플레에 대해 선을 긋고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끝이 난다. 그런 다음 즉시 금리를 중립으로 인상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지니(램프의 요정)가 병에 다시 들어갈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라. (실제 기업의) 주식은 다시 한 번 싸졌다. 투자자들이 폭주하는 인플레의 시대가 끝났다고 확신할 수 있게 되면 시장은 치솟을 것이다. 연준이 올바르게 처리하기를 바란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연준은 3월에 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 후에, 5월에는 0.5%포인트 ‘빅스텝 인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6월과 7월에 두 번의 ‘빅스텝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양적긴축도 6월에 시작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애크먼은 이런 정도로는 시장이 인플레가 잡힐 것으로 안심하지 못하고 있고, 연준이 더 강하게 움직여야 오히려 시장이 안심을 하고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또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릴 게 아니라 중립 금리 수준으로 확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애크먼은 “만약 연준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면, 시장이 연준의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이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애크먼은 “오늘날의 인플레를 잡는 방법은 공격적인 통화 긴축 아니면 경제의 침체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애크먼의 얘기는 월가의 일반적인 견해와는 다릅니다. 월가의 빅 하우스들은 오히려 연준이 긴축 종료 신호를 보내야 미국 증시가 바닥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스트래터지스트(투자전략가)인 벤자민 보울러 등은 24일 투자자 노트에서 “연준은 현재 시장에 개입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며 “시장은 계속해서 ‘연준 풋(연준이 시장에 우호적인 정책을 내는 것)’을 시험하려 하겠지만, 연준이 패닉을 느끼려면 추가적인 시장 패닉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달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펀드 매니저 조사에서 펀드 매니저들은 연준이 월가를 도우러 나서는 ‘연준 풋’은 S&P500이 3529가 돼야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이는 현재보다 주가가 10% 쯤 더 떨어져야 되는 수준입니다.

골드만삭스의 스트래터지스트인 비키 창도 투자자 노트에서 “연준이 긴축의 끝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야만 주식 매도세가 바닥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경기침체가 가시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창은 “역사적으로 볼 때 통화정책이 긴축을 멈춘 뒤 약 3개월 후에 주식 시장이 바닥을 쳤고, 이후 약 2개월이 지나면 완화 쪽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습니다.

1950년 이후 미국 S&P500이 15% 이상 하락했던 사례들. /자료=골드만삭스, 블룸버그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에서 소셜미디어 업체들의 향후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있습니다. 온라인 광고가 어려움을 겪고, 인플레로 인한 비용 증가가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성장주들은 성장세가 꺾이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성장을 이끌어온 미국 테크주들이 성장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 둘째, 인플레를 잡겠다는 최우선 과제에 목소리를 죽였던 연준 내 비둘기파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자 신중한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인플레를 잡는 연착륙에 성공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셋째, 월가에서 올 들어 나타난 주가 하락세가 언제나 바닥을 찾을 수 있을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연준이 더 강하게 긴축해야 한다는 주문이 있는 반면, 연준이 긴축을 멈춰야 바닥을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경제의 돈줄을 쥐고 있는 연준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입니다. 향후 연준의 행보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