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장이 미국 유학파 출신이래. LA 한인타운에서 오래 살았다던데?”
청기와타운은 미국 LA 코리아타운을 콘셉트로 양념 소갈비를 파는 식당입니다. 식당 간판에는 ‘KOREAN BBQ’ ‘GALBI(갈비)’ ‘K-TOWN’이라는 말이 쓰여있고, 글자 폰트도 한인 타운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인테리어, 메뉴 구성도 한국인이 많이 사는 LA의 어느 고깃집을 닮은 듯합니다.
식당을 보면, 미국 유학파가 차린 느낌입니다. 청기와타운 운영사인 양지삼(39) 제이에스푸드 대표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봤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고향은 전남 여수, 미국에는 가본 적 없는 순수 국내파라고 합니다.
양 대표는 2년제 전문대(신안산대 호텔조리학) 졸업 후 서울로 올라와 신림동 조개구이집 아르바이트로 요식업에 발을 들였습니다. 지금은 프랜차이즈 회사 대표가 됐습니다. 2020년 4월 개업한 청기와타운은 2022년 8월 현재 직영점 5개와 가맹점 6개, 총 11개 지점을 운영 중인데 지점 월 평균 매출은 2억5000만원입니다. 한달 매출은 직영점 5곳이 합쳐 12억8200만원, 가맹점 6곳은 13억490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가맹점인 서울 중구점은 월 최고 매출 3억5000만원을 기록한 적도 있습니다. ‘사장의 맛’이 양 대표를 만났습니다.
◇23살, ‘투잡’ 하루 15시간...”한남동 재벌 집 보며 화이팅 ”
– 식당 컨셉이 다른 갈빗집과 다릅니다. 사진 찍고 싶은 공간입니다.
“미국 LA 코리아타운에 있는 식당을 한국으로 가져왔다고 생각하면 돼요. 식당 곳곳이 영문으로 꾸며져 있고, 대표 메뉴도 LA갈비예요. 한국에서 한국 양념 갈비를 먹지만 미국에서 먹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거죠.”
– 어쩌다 LA 코리아타운을 콘셉트로 정한 건가요?
“요즘 뜨는 ‘힙’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제가 미국 유학파 출신이라고 오해 하는데, 저는 미국에 가본 적도 없어요. (웃음)”
– 어릴 때부터 ‘식당업 큰 손’이 되는 게 꿈이었다면서요?
“6살 때 처음 떡볶이를 먹어 봤는데, 안에 든 파가 너무 맛있는 거예요. 어린 마음에 ‘맛있는 걸 많이 먹게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양 대표는 23세이던 2006년 상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 조개구이집에 서빙 직원으로 취직합니다.
– 호텔조리학과 출신인데 왜 주방 일 대신 서빙을 했나요?
“이렇다 할 음식 솜씨가 없었어요. 음식에 소질이 없는 거죠. 제 꿈이 창업이니 가게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았고요. 오후 4시에 출근,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서빙을 했어요. 첫 해 월급은 약 150만원 정도였습니다. 일한 지 1년쯤 됐을 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제가 매장 관리를 했어요. 일 못하는 직원 자르고, 납품 업체와 단가 조정하는 일을 했죠. 원래 사장이 하는 일이잖아요.”
– 사장이 뭐라던가요?
“의외로 좋아했어요. 사장 일을 대신 해주니까요. 입사 1년 후 점장이 됐고, 월 매출 7000만~8000만원 매장이 제가 점장되고는 두 달만에 1억 3000만원까지 올라갔어요.”
– 2011년까지 5년 간 조개구이집에서 일했잖아요. 돈은 얼마나 모았나요?
“정확히 1억 2700만원 모았습니다. 가게에서 먹고 자며 월급을 전부 저축했어요. 초창기에는 투잡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일했어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해 한 달에 50만원씩 더 벌었죠. 퇴근하면 다시 조개구이집 가서 다음날 새벽까지 일했어요. 하루에 15시간 정도 일한 셈이죠.”
– 사실상 잠 자는 시간 빼고 다 일한 거네요.
“맞아요. 하루에 5시간밖에 못 잤어요. 집에 가서 눈을 붙였다 뜨면 출근할 시간이 돼 있었어요. 1년 넘게 그런 생활을 하니 몸이 남아 나질 않았어요. 다리는 퉁퉁 붓고, 없던 빈혈이 생겼어요. 병원에서 과로, 영양실조 진단을 받았어요.”
– 힘들었을 거 같은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버텼어요?
“남들은 ‘왜 그렇게까지 하냐’라고 했지만 정작 저는 힘들지 않았어요. 꿈이 있었거든요. 뭐든 할 수 있었어요. 쉬는 날에는 한남동에 가서 재벌 집을 둘러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여기서 살 거야’하고 마음을 다잡았어요.(웃음)”
◇”준비가 됐기에 실패가 두렵지 않았다”...창업 준비만 5년
양 대표는 2011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에서 첫 가게를 열었습니다. 주 메뉴는 삼겹살이었는데, 새우·키조개 등 해산물을 사이드 메뉴로 제공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새로운 조합이라 개업하자마자 손님이 몰렸고, 6개월 만에 월 순수익 4000만원을 남겼습니다.
–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뭔가요?
“2011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슬프고 허무했어요. 삶에 정해진 시기, 순서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조개구이집 영등포점 점장을 하고 있었는데, 더 이상 꿈을 미루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첫 가게를 열려고 모아둔 1억2700만원을 몽땅 쏟아부었어요.”
– 어렵게 모았는데, 실패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요?
“자신 있었어요. 제가 일했던 조개구이집은 늘 웨이팅이 있는 맛집이었어요. 당시 손님을 응대하고, 조개를 구워주는 기본적인 업무 외에도, 직원 교육, 재료 납품 관리 등 실질적인 운영을 해봤으니까요. 5년 동안 일하면서 시장도 분석할 줄 알게 됐죠. 현업에서 5년 간 창업 준비를 한 셈이죠.”
– ‘장사하는 법’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맛은 기본이에요. 진정한 경쟁력은 서비스에서 나와요. 손님이 대접 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해줘야 해요. 직원이 말이 많거나, 이유 없이 서비스를 주면 손님은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무관심해서도 안 되지만 지나친 친절도 역효과가 나죠. 테이블에 있는 쓰레기와 빈 그릇을 바로바로 치워주는 식의 기본적인 걸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해요.”
– 첫 가게는 생각만큼 잘 됐나요?
“잘 됐죠(웃음). 영등포시장 주변에는 유흥시설이 많아요. 술과 어울리는 메뉴 중 손이 많이 안 가고, 단가가 높은 게 뭘까 고민하다 고기로 정했어요. 차별화를 위해 해산물을 곁들이기로 했죠. 삼겹살을 시키면 새우와 키조개를 같이 내줬어요. 신선한 조합에, 서비스까지 좋으니까 손님이 몰린 거죠.”
– 삼겹살집만 했나요?
“이후에 족발집, 치킨집, 횟집 등 다양한 메뉴의 가게를 냈어요. 제 개인 가게도 있었고,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했어요. 영등포시장에만 가게 10곳이 있었죠. 모든 가게를 직접 관리했고, 평균 매출이 1억원 이상 나왔어요.”
– 요식업의 ‘큰손’이라는 꿈에 한 발자국 다가간 느낌이었겠네요.
“아니요. 저는 그저 영등포시장에서 식당 몇 개 하는 사람이었어요. 업계에 영향을 줄만한 ‘브랜드 파워’가 없었죠. 그래서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독자적인 시장을 만들고, 충성 고객을 확보해 100년 동안 장사를 이어갈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만들었어요. 그렇게 청기와타운이 탄생했고, 나머지 여러 가게는 차례대로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