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우리금융지주가 다올금융그룹의 벤처캐피탈(VC)인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인수합병(MA&)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인수액이 21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최근 종가 기준 시총 3245억원인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지분 52%를 인수하는 거래임을 고려하면 시장 가치 대비 경영권 프리미엄이 너무 높다는 평가가 있다. 오히려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시기에 좋은 가격으로 거래를 하게 됐다는 정반대 평가도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역사와 성과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40년 경력의 벤처케피탈(VC)로 국내 1세대 VC 중 하나다. 국내외 1200여개 벤처기업에 2조원 이상 투자한 경험이 있다.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로는 배달의민족(우아한 형제들)이 꼽힌다. 23억원을 들여 629억원을 회수했다. 핀테크 플랫폼 업체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에도 투자했다.
전신은 국내 1세대 벤처캐피탈(VC)인 KTB네트워크다. 한 때 ‘투자의 귀재’로 불렸던 권성문 전 KTB 금융그룹 회장이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여파로 부실기업이 됐던 공기업 한국종합기술금융((Korea Technology Banking)을 인수해 투자전문회사인 KTB 네트워크로 개편했다. 이후 권 전 회장이 2008년 KTB투자증권(현 다올투자증권)을 설립하면서 모체였던 KTB네트워크가 VC로서 KTB투자증권과 분리됐다.
부침도 있었다. 90년대 후반 ‘냉각캔 사건’이 대표적이다. 권 전 회장이 미래와사람 대표를 지내면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냉각캔을 ‘세계 최초 초소형 냉장고’로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상용화되지 못한 사건이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금지위반 혐의로 권 회장 등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권 회장에 대해 기소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후 권 전회장이 갑질 논란에 휘말리고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금감원의 조사를 받는 등 사건 사고가 이어졌다.
2018년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이 KTB 투자증권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면서 성장세를 이어왔다. 2021년 12월 코스닥에 상장 후 지난해 KTB 투자증권이 다올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KTB 인베스트먼트도 다올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2020~2021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적극적으로 하며 사세를 키워왔던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급격한 금리 상승과 강원도 레고랜드 발 부동산 PF 시장 경색으로 타격을 입었다. 다올투자증권은 자금 조달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올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해 계열사 지분 매각에 나섰다.
우리금융과 다올금융그룹은 상세 실사 후 최종 주식매매계약(SPA) 협상 등을 거쳐 오는 3월 이내에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23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금융지주의 다올인베스트먼트 지분 인수 계획은 그룹의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 전략에 부합한다”며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작은 자산규모를 고려할 때 이번 지분 인수가 그룹의 자본 적정성 및 리스크 프로파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