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기 비대면 수업 등으로 위축됐던 대학가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KB국민카드가 대학교 이름이 붙은 서울·경기·인천 지하철역 21곳의 반경 500m 내 가맹점 매출액을 분석했더니, 올해 3월 매출액이 2020~2022년 3월 평균보다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3일 개강으로 붐비는 서울 연세대 앞. /연합뉴스

“대학교 과방이나 동아리방에서 단체 주문이 늘었어요. 학생들 중간고사 기간에 맞춰 할인 이벤트도 준비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올 들어 조금 장사에 숨통이 트인다고 했다. 성균관대 등 인근 대학이 대면 수업을 본격 재개하면서 올 1학기 학생 손님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확실히 유동 인구가 늘었다고 느낀다”며 “코로나가 심할 때는 주말 영업을 쉬기도 했는데 이제 조금 일할 맛이 난다”고 했다.

◇코로나 일상 회복에 대학가 ‘개강 특수’

팬데믹 시기 비대면 수업 등으로 위축됐던 대학가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KB국민카드가 대학교 이름이 붙은 서울·경기·인천 지하철역 21곳의 반경 500m 내 가맹점 매출액을 분석했더니, 올해 3월 매출액이 2020~2022년 3월 평균보다 22% 증가했다고 20일 밝혔다. 특히 올해 대면으로 새 학기를 맞은 새내기(20~21세) 매출액은 2020년 3월과 비교하면 72% 급증했다.

2020~2022년 3월 평균과 올해 3월을 비교했을 때 대학 상권 매출액은 수원 성균관대역(36%↑), 숙대입구역·숭실대입구역(33%↑) 등에서 크게 늘었다. 성균관대 서울캠퍼스 인근 지하철역은 혜화역으로 대학명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외부인이 섞이지 않고 대학생 비율이 높은 상권의 경우 대면 수업이 재개되면서 더 크게 활기를 띠었다”며 “성균관대역과 숭실대입구역은 주점 매출액이 크게 늘어 상권의 매출액 증가를 이끌었다”고 했다. 실제로 성균관대역 인근 주점의 올해 3월 20~21세 매출액은 2020년 3월에 비해 3배 가까이(190%↑)로 늘었다.

고령층의 지하철 이동이 늘면서 60대 이상이 대학가 상권 매출 증가에 기여한 점도 눈에 띈다. 대학가 상권에서 60대 이상의 비율은 10%로 다른 연령대보다 낮다. 하지만 올해 3월 60대 이상의 대학가 매출액은 3년 전에 비해 93% 폭증했다. 지하철 이동이 늘어난 60대 이상과, 대면 캠퍼스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손님이 대학가 상권을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카페는 숙대, 옷은 홍대 앞에서

대학가별로 주력 업종은 달랐다. 교대역 상권에서 가장 매출 비율이 높은 업종은 음식점(62%)이었다. 홍대입구역은 다른 상권보다 패션·뷰티(25%) 매출액 비율이 높은 편이었고, 숙대입구역은 카페·디저트(15%) 비율이 높았다. 건대입구역 상권은 주점(18%)이 대세였다. ‘교대 앞에서 밥 먹고, 숙대 앞에서 커피 마시고, 홍대 앞에서 옷 사는’ 소비 경향이 카드 매출액으로 나타난 것이다.

올해 3월 매출액 기준으로 가장 큰 대학가 상권은 홍대입구역으로, 대학 이름이 붙은 21개 지하철역 상권 전체 매출의 18%를 차지했다. 홍대입구를 포함해 건대입구·서울대입구·성신여대입구·교대역 등 상위 5개 상권 매출이 전체의 58%였다.

대학가 상권의 업종별 매출액 비율은 음식점(46%)이 가장 높았고 패션·뷰티(13%), 카페·디저트(11%), 편의점과 주점(각 10%) 순이었다. 하지만 2020~2022년 3년간 3월 평균과 비교한 올해 3월 매출액 증가율은 주점(49%↑)이 가장 높았다. 개강을 맞아 대학가 술자리 등 단체 모임이 활성화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음식점과 카페·디저트, 패션·뷰티 업종 매출액은 각각 27%, 18%, 9%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