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사전계약 개시 첫날 1만대 넘게 계약되며 현대차 SUV 역사를 새로 쓴 4세대 신형 투싼을 22일 타봤다. 3세대 투싼에선 볼 수 없던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시승 코스는 경기도 용인에서 출발해 이천에 있는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를 찍고 돌아오는 길로, 왕복 85㎞ 거리를 달렸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초반 가속과 주행이 전기 모터로 이루어져 차가 출발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조용하게 출발했다. 이후 달리는 내내 무게중심이 차체 아래에 잘 잡혀 있어 안정적이면서 부드러운 주행감을 선사했다. 서스펜션 역시 노면 충격을 잘 잡아줘서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불쾌한 출렁거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달리는 힘 역시 부족함이 없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투싼 모델 중 가장 높은 출력을 자랑한다. 가솔린과 디젤 모델은 각각 최고 출력이 180, 186마력이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44.2Kw 출력의 전기 모터가 더해져 시스템 합산 최대 230마력을 뿜어낸다. 다만 가속력은 부족한 느낌이었다. 추월 가속을 할 때 밟는 대로 튀어나가기보단 반 박자 천천히 힘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출력과 함께 높아진 연비 역시 장점이다. 2시간 동안 연비를 신경 쓰지 않고 스포츠 주행모드를 애용하며 달렸다. 디지털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16.6km/L였다. 제원에 나온 공식 연비(16.2km/L)보다 더 높게 나왔다.
이전 세대 대비 축간거리(휠베이스)가 85mm 늘어난 신형 투싼은 준중형급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넓어진 실내 공간을 자랑했다. 뒷좌석 무릎공간은 주먹 3개는 들어갈 정도로 널찍했고, 등받이 각도 역시 뒤쪽으로 꽤 넓은 범위까지 조절할 수 있어 장거리 주행도 문제 없어 보였다. 트렁크 공간 역시 유모차를 접지 않아도 넣을 수 있을 만큼 넓었다. 여기에 2열 좌석을 접으니 성인이 누워 잘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나왔다. 최근 유행 중인 차박(차에서 숙박)도 무리 없어 보였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신형 투싼은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 안정성 높은 반(半) 자율주행 기능(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차로 유지 보조 등) 등 신차다운 첨단 인테리어와 기능을 대거 갖췄지만 한 체급 아래 소형 SUV 코나에도 들어간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적용되지 않았다. HUD는 주행속도와 내비게이션 안내 경로 등을 주행 중 바라보는 앞유리에 비춰주는 만큼 운전에 도움이 된다. 내비게이션이나 계기판에 뺏기는 시선을 줄여줘 운전 안정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실내 정숙성이 떨어져보이는 측면도 있었다. 일반 주행 때는 문제가 안 됐지만, 시속 130km 이상 고속 주행을 하자 풍절음이 꽤 거슬릴 정도로 들렸다.
하지만 종합적으로보면 신형 투싼이 왜 역대 현대차 SUV 중 가장 높은 사전계약대수를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는지 알 것 같았다. 패밀리카의 대명사인 중·대형 SUV보다 저렴한 가격대의 준중형 SUV면서 안정적인 주행 성능과 편의성 높은 뒷좌석, 충분한 적재공간 등 패밀리카로서의 기능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한 투싼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은 차급(트림)별로 2857만~3467만원이다. 친환경차량에 대한 세제혜택과 승용차 개별소비세율 3.5%이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