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첫 전용 플랫폼 전기차 ‘EV6’가 30일 온라인을 통해 글로벌 최초로 공개됐다. 현대차 아이오닉5가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겨냥한 보급형 전기차라면, 기아 EV6는 전기차만의 순발력과 가속력을 앞세워 국내에 ‘고성능 전기차 시대’를 여는 모델이다.
EV6는 일반 ‘스탠다드’ 모델과 주행거리를 늘린 ‘롱레인지’ 모델, 고성능 ‘GT’ 모델 등으로 출시된다. 스탠다드와 롱레인지는 올 7월쯤, GT는 내년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고성능차인 GT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5초 만에 도달하는 ‘수퍼카’급 가속력을 자랑한다. 430kW급 듀얼모터가 적용돼 최고출력은 584마력, 최대토크는 75.5㎏·m에 달하는 힘을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260㎞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선 EV6 GT가 람보르기니·페라리·맥라렌 등 내로라하는 스포츠카와 함께 400m 단거리 ‘드래그 레이스’를 펼쳤다. EV6 GT는 첫 출발은 가장 빨랐고, 결승선은 맥라렌 570S에 이어 2위로 통과했다. 기아 관계자는 “GT 모델엔 급격한 가속과 코너링을 즐길 수 있도록 전자식 차동 제한 기능(e-LSD), 전자 제어 서스펜션(ECS), 21인치 휠과 초고성능(UHP) 타이어 등이 추가로 탑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GT는 실내 운전석엔 스포츠 버킷 시트와 ‘D컷’ 운전대를, 문 틀과 시트 등엔 형광색 포인트 컬러를 적용해 디자인적으로도 차별화했다.
EV6는 아이오닉5와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해 개발됐다. 단 배터리 용량을 조정해, 아이오닉5보다 조금 더 긴 주행거리를 구현했다. 대용량 배터리(77.4kWh)를 탑재한 EV6 롱레인지 모델(후륜구동)의 완충 후 주행거리는 약 450㎞(자체 측정 결과)로 아이오닉5(429㎞)를 조금 앞선다. 기아 관계자는 “배터리 용량이 아이오닉5(72.6kWh)보다 조금 더 크고, 공기 저항을 줄인 외관 디자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충전(400V)과 고속 충전(800V) 모두 가능한 충전 시스템이 탑재됐고, 18분 충전으로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채울 수 있다. 4분30초 충전으로 100㎞ 정도의 주행이 가능하다.
EV6도 아이오닉5와 마찬가지로 움직이는 에너지 저장장치(ESS) 역할이 가능하다. 차량 외부로 220V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이 적용돼 있다. 기아 측은 ’55인치 TV를 24시간 작동할 수 있는 수준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외관 디자인은 곡선 위주로 꾸며, 각진 모양의 아이오닉5와 차별화했다. 전면부엔 기존 기아 디자인 상징이었던 ‘타이거 노즈’(호랑이 코) 그릴(흡기구)을 적용해, 기아 브랜드 정체성을 살렸다. 범퍼 하단엔 공기 흡입구를 낮게 달아, 전기차의 바닥 아래로 공기가 흐르게끔 유도해 공기 저항을 최소화했다.
측면 문 옆으로는 검정 색상의 ‘캐릭터 라인’을 적용했다. 이 라인은 차량 뒤쪽 후미등까지 이어져 역동성을 높였다. 천장은 트렁크 쪽 끝단을 살짝 뒤로 빼, 뒷유리를 덮는 느낌으로 디자인됐다. 카림 하비브 기아 디자인담당 전무는 “공기 흐름을 개선해 저항과 소음을 줄일 뿐 아니라, 공기 역학적으로 뒷유리의 물방울을 튕겨낼 수 있어 와이퍼 없이 깔끔한 뒷모습이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실내 공간을 가늠해볼 수 있는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는 2900㎜로,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같다. 트렁크 공간은 520ℓ이며, 뒷좌석을 접을 경우 1300ℓ까지 확장된다. 운전석·보조석 시트는 안마 의자 수준으로 눕힐 수 있다. 뒷좌석도 최대 12도까지 젖힐 수 있다. 문 수납공간, 보조 매트, 가죽 시트 등엔 재활용 소재, 친환경 소재 등을 다수 적용해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차 문 손잡이는 문 안쪽으로 숨겨져 있는데, 차 키를 갖고 다가가면 손잡이가 자동으로 노출된다. 운전석 앞쪽 계기판과 중앙 터치 디스플레이는 하나로 연결돼 있고, 운전자를 향해 살짝 휘어 있어 운전 중 미디어·공조 등의 차량 기능을 쓰기 편하게 디자인됐다. 전기차는 구동축이 필요없어 바닥이 평평하다. 아이오닉5엔 운전석·보조석 사이의 센터 콘솔이 앞 뒤로 움직이는 기능이 적용됐지만, EV6는 빈공간으로 비워뒀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원격 주차 보조, 전방·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다수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적용됐다.
기아는 2027년까지 7개의 새 순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EV6는 그 첫 모델이다. EV6는 올해 3만대, 내년부터는 연간 10만대 판매가 목표다. 기아는 EV6를 앞세워, 2025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6.6%를 달성하고, 2026년까지 연간 전기차 50만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V6는 오는 7월 국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스탠다드가 4000만원대 후반, 롱레인지가 5000만원대 중반으로 책정됐다. 개소세 혜택(최대 300만원)과 전기차 보조금(서울시 기준 1200만원)을 반영하면, 3000만원대 중후반으로 구매할 수 있다. 롱레인지 기준 아이오닉5(5000만원 중후반)와 큰 차이는 없다.
내년 하반기 출시되는 GT는 7000만원대 초반으로 책정돼 보조금 혜택이 다소 줄어든다. 기아는 31일부터 전시장·대리점 뿐 아니라 인터넷으로도 사전 예약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