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아이츠’가 지난달 프랑스에 전기 SUV ‘U5’를 출시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U5는 가격이 3만9300유로(약 5300만원)로 동급 전기차보다 10~15% 저렴하고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아이츠는 지난해부터 독일·네덜란드·이탈리아·이스라엘 등 유럽 각국에 진출하고 있다. 아이츠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중국산 스마트폰·PC가 선전하면서 중국산에 대한 유럽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졌다”며 “전기차 판매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해외 공습에 나서고 있다. IT 분야에 이어 자동차에서도 글로벌 강국 도약을 꿈꾸는 중국은 최근 10년간 전기차 연구·개발 및 판매 지원에 7000억 위안(약 123조원)을 쏟아부으며 집중 투자해왔다. 100년 넘은 제조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한 내연자동차는 포기하고 전기차로 단숨에 전세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이라는 글로벌 어젠다도 중국 전기차의 약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내연기관차에선 유럽·미국이 한발 앞섰지만, 전기차는 오히려 중국이 앞섰다”며 “뒤늦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전통 완성차 업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중국산 전기차 해외 공습 본격화
중국에선 올 상반기에만 전기차 110만대가 팔려, 유럽(103만대)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든든한 내수 시장에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으로 진군하고 있다.
배터리 기업으로 시작해 전기차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BYD는 지난 6월 노르웨이에 진출했다. 이미 SUV ‘탕’ 모델 100대를 팔았고, 연내 1500대를 판다는 계획이다. 미 증시에 상장해 화제가 됐던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도 9월부터 노르웨이에서 전기 SUV ‘ES8’을 판다. 앞서 진출한 BYD의 연착륙 덕에 판매 기대감이 높다. 중국 광시자동차그룹은 최근 일본 택배회사로부터 소형 전기 밴 7200대를 수주했고, ‘500만원대 전기차’를 앞세워 테슬라 모델3를 제치고 중국 시장 판매 1위에 오른 ‘우링 훙광 미니EV’는 동남아 진출을 타진 중이다.
여기에 중국 IT 업체들도 뛰어들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지난 4월 첫 자율주행 전기차 ‘아크폭스 알파S HI’를 공개했다. 화웨이는 전기차용 운영체제와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자국 전기차 업체들에 공급해 힘을 실어주겠다는 계획이다. 세계 2위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는 지난 3월 전기차 사업 진출을 천명했다. 이미 해외 유통망을 갖고 있는 만큼 당연히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전망이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슈미트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는 작년 유럽 18개 주요국 시장에서 2만3836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13배 이상 성장했다. 작년 현대차 판매(3만459대)보단 적지만 성장폭(현대차는 88% 증가)은 훨씬 가파르다.
◇탄탄한 생태계에 IT 기술이 더해졌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전기차는 음성제어 등 차량용 소프트웨어 분야와 주행거리를 결정짓는 배터리 기술에서 전통 완성차 업체를 능가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최근 완충 시 100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선보이고, 바이두·알리바바 등 IT 업체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140여 개 중 100여 개가 중국에 있고, 중국 내 전기차 생산 기업은 최소 400곳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탄탄한 전기차 생태계는 업계 간 연구·개발 협력을 가능케 하고, 제품의 제조 원가를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코트라 톈진무역관에 따르면, 우링 훙광 미니EV 모델엔 200만원짜리 배터리, 17만원짜리 모터, 6만원짜리 제동 장치가 탑재돼 있다. 이는 통상 부품 가격의 10~30% 수준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는 “중국 전기차의 평균 판매가격은 2만9895달러(약 3400만원)로, 미국(5만5233 달러), 유럽(4만8080달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중국 전기차의 첨단 기술과 참신한 디자인, 다양한 제품군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