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현대차의 사내 벤처로 시작해 분사한 스타트업 오토앤은 20, 21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쳤다. 24일 오토앤 주가는 전일 대비 4.39% 하락한 1만4150원에 마감했지만 여전히 공모가(5300원) 대비 2배가 넘는다.

이 회사는 자동차 AS(애프터서비스)와 튜닝용 부품을 개발·판매하는 업체로 주가가 오를 요인이 크지 않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향후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토앤은 현대차·기아 지분이 15%에 불과한 회사이며, 오토앤은 중고차 사업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오토앤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최근 중고차 사업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진출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중고차 사업, 기정사실화하는 현대차

발단은 작년 12월 완성차 업계가 중심이 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정만기 회장이 한 포럼에서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부터다. 당시 정 회장은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사업 진출은 소비자들의 요구이자, 글로벌 트렌드”라며 “중고차 매매상들과의 상생 협력 합의가 무산된 것은 안타깝지만, (진출에) 법적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중고차 사업은 중소기업만 진입할 수 있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됐다가 지난 2019년 2월 지정이 만료됐다. 중고차 업계는 재지정을 요구했지만, 중기부는 결정을 미루고 있었다.

완성차 업계가 일방적인 진출 선언을 하자 화들짝 놀란 중고차 매매 업계는 중기부에 분쟁 조정 신청을 했고, 지난 13일 중소벤처기업부는 현대차에 “중고차 사업 개시를 일시 정지하라”고 권고했다. 중기부는 이 결정을 대선 이후인 3월로 미뤘다.

하지만 현대차는 중기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경기 용인, 기아는 전북 정읍에 중고차 사업을 등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사업 개시는 아니고 준비일 뿐이고 중기부가 생계형 업종으로 지정하면 (중고차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오토앤에 대한 기대처럼 우회적으로 중고차 사업을 개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도 최근 중고차 플랫폼 ‘오토벨’을 출범시키고 중고차 중개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를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중고차 매매상들이 매물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사업”이라고 밝혔다.

◇소비자 편익 증대 VS 중고차 가격 오를 것

현대차그룹은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소비자 편익 증대와 수입차와의 역차별 해소”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 그동안 기존 중고차 거래에서 소비자 피해가 빈번했던 점을 들어 차량 제조사가 믿을 수 있는 중고차를 직접 판매하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차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벤츠·BMW·도요타 등 국내 수입차 업체들은 인증 중고차 사업을 통해 중고차 가격을 방어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국내 완성차 업체만 역차별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고차 매매 업계는 국내 완성차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중소 사업자들이 고사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역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딜러사를 통해 판매만 하는 수입차와 전국적인 대리점과 딜러망, AS센터까지 갖춘 현대차의 진입은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고차도 품귀 현상으로 매입 자체가 어려운데, 자금력을 앞세운 현대차가 물량까지 싹쓸이한다면 6000곳에 달하는 중고차 사업자는 견뎌낼 수가 없다”면서 “현대차가 시장을 장악하면 결국 중고차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