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수퍼카업체 페라리는 지난달 75년만의 첫 4도어 차량인 ‘푸로산게’의 첫 아시아 출시 지역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개발에만 6년이 걸린 이 야심작의 첫 행선지는 일본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일본은 람보르기니 쿤타치 같은 수퍼카를 소재로 한 만화가 인기를 끄는 등 수퍼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람보르기니도 신형 SUV 우루스S를 지난 14일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 선보였다.

한국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새로운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동안 한국은 인구 대비 차량 소유 비중은 높지만 중국, 일본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아 주요 판매국으로 대우 받진 않았다. 그러나 최근 가격대가 1억원 이상인 포르셰가 연간 약 1만대를 판매하고 벤츠코리아가 연 6조원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대접이 바뀌었다는 평가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판매량과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일본 못지 않은 프리미엄 시장으로 올라섰다”고 했다.

실제 한·일 양국 자동차 시장을 보면 한국의 수퍼카 성장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일본의 전체 차량 판매 규모는 445만대로 한국(174만대) 보다 2.6배 크다. 그러나 수입차로만 한정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달 일본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1만7011대인데 반해, 국내에선 2만5363대가 팔렸다. 벤츠, BMW의 판매량은 한국이 일본을 압도하고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벤틀리 같은 수퍼카 차량 판매량은 비슷하다. 지난해 국내에서 7만6152대를 판매한 벤츠의 경우 벤츠코리아와 딜러사, 파이낸셜의 매출을 모두 합하면 10조원을 훌쩍 웃돈다.

이 때문에 최근 수입차 업체 본사에선 한국 법인의 결정권을 늘리자는 분위기가 많다고 한다. 실제 오랜 기간 한국인을 국내 법인 수장에 앉혀 온 BMW와 볼보 외에 올해 아우디가 처음으로 한국인인 임현기 사장을 수장에 임명했고 폴스타도 함종성 사장이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최근 짐 팔리 포드 CEO 를 시작으로 루카 데메오 르노그룹 회장, 실판 아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이 잇따라 방한해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 것도 비슷한 흐름이다.

높은 전기차 전환율과 빠른 확산 속도도 수입차 업체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국내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115% 늘어 중국(158%)에 이어 성장률이 두번째로 높다. 특히 한국은 서울과 경기에 인구가 절반 가량 밀집해 있어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거 방식이 발달해 있다. 한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향후 전기차 판매는 충전 인프라 구축과 연관성이 높은데, 한국에서 판가름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