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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 매체 CNBC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자동차 분석업체 아이시카즈의 조사 결과를 인용, “지난달 신차 시장에서 제네시스 GV70이 가장 많은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됐다”고 보도했다. GV70은 정가가 4만4299달러(약 5778만원)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평균 27.5% 높은 5만6476달러에 거래됐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공급 물량이 부족하자 딜러사가 무려 1만2177달러(1588만원)의 웃돈을 붙여 팔았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서 GV70은 지프 랭글러(23.9%), 벤츠 GLB(22.9%), 포르셰 타이칸(22.7%), 렉서스 RX350h(20.3%)보다 더 많은 웃돈이 붙었다. 제네시스 GV80도 평균 21%의 웃돈이 붙었다. 지난달 GV70은 미국에서 전년 동월 대비 30% 증가한 1762대, GV80은 51% 증가한 1241대가 판매됐다.

2015년 출범한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현대차 위상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네시스 성공, 현대차 미래의 핵심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보급차 브랜드로는 이미 자리를 잡았다. 지난달 고금리 여파에도 12만2111대를 팔아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점유율은 10%대에 안착했고 판매 순위는 GM·도요타·포드·스텔란티스 다음인 5위를 공고히 했다. 특히 스포티지(1만117대), 텔루라이드(9023대) 같은 SUV 판매가 70%를 넘었다. 미국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내구성과 주행성능을 신뢰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이 지난해 8월 IRA(인플레 감축법)를 시행하면서 북미산이 아닌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지만,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기아 전기차 판매는 5091대로 전월(4387대) 대비 늘었다. 상품성을 인정한 소비자들이 보조금에 상관없이 아이오닉5나 기아 EV6 같은 차를 산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의 남은 과제는 프리미엄 브랜드였다. 그런데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5만6410대를 팔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닛산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4만6619대)를 제쳤다. 지난달에도 4208대를 팔아 전년 동월보다 판매가 20.9% 늘었다.

해외 판매량은 20만대를 넘어서며 올해엔 누적 100만대 판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건실해야 이익이 늘고 위기 시엔 마진을 낮추며 버틸 수 있다”며 “시장 확장과 수성(守城)의 핵심”이라고 했다.

◇제네시스 인기의 비결은 기술, 편의 사양

제네시스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정의선 차’로 통한다. 정 회장이 연구·개발 과정을 일일이 보고받아 챙겼고, 2015년 직접 마이크를 들고 브랜드 출범을 알렸다. 그만큼 기술과 편의 사양에 공을 들여왔다.

제네시스 차량은 눈을 마주치면 차량 문이 열리고, 변속기 앞 지문 인식기에 손가락만 올려 시동을 거는 게 가능하다. 실제 눈으로 보듯 주변을 구현하는 증강 현실 내비게이션, 노이즈 캔슬링이 적용된 스피커, 카드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카페이 시스템 등 첨단 편의 사양의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안전성에 대한 인식 개선도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2021년 2월 타이거 우즈가 GV80을 타고 교통사고가 난 게 되레 기폭제가 됐다. 차량이 전복되는 큰 사고였음에도 우즈가 다리 부상만 입은 사실이 연일 보도됐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전 차종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로부터 최고 안전 등급을 받았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내년 이후 제네시스 쿠페, 대형 SUV 등도 출시해 프리미엄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