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롯데·SK 등의 대기업 계열사가 최근 중고차·렌터카 등의 분야에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직접 신차를 판매하는 것을 뺀 나머지 분야를 자동차 ‘애프터마켓’ 시장이라 부르는데,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다각화 경쟁에 나서는 것이다.
중고차나 렌터카의 경우 종전에는 연간 수십만대에 이르는 차량의 연식·사고기록·차량 상태 등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엔 AI(인공지능)나 빅데이터 등 IT 기술을 활용해 이를 더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다양한 분야에 뛰어드는 게 가능해졌다.
코오롱그룹에서 BMW·볼보·아우디 등의 수입 신차만 판매하던 코오롱모빌리티는 27일 702 드라이브 플러스(702 Drive+)란 이름의 서비스를 출시하고 수입차 렌터카 사업에 새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렌터카로 투입되는 차량은 모두 판매된 지 1년 미만된 신차급 중고차다. 수입차 판매를 맡아온 만큼 원가를 절감해 일반 수입 렌터카의 75% 안팎 수준으로 사용료도 낮췄다.
롯데렌탈도 이날 중고차를 이용한 장기 렌터카 서비스인 ‘마이카 세이브’를 새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신차 위주로 사업을 하다 중고차로 영역을 넓혔다. 롯데렌탈이 직접 보유하고 관리하는 26만여 대 가운데 연식 5년 이하 중고차를 고객들에게 1년 또는 2년간 장기 렌트하는 방식이다. SK렌터카는 지난 10월 말부터 일반 소비자에게 아예 중고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회사가 렌터카로 운영하던 중고차가 매물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애프터 마켓’에선 각 기업이 AI 등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기술로 고객에게 맞는 중고차나 렌터카를 얼마나 적절하게 제공하는지가 경쟁력”이라며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등을 갖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전기차 전환과 함께 배터리 관리·충전 사업, 카셰어링이나 자동차 구독 서비스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애프터마켓에 뛰어들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한 중고차업체 임원은 “올해부터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기술력·자본을 갖춘 기업들이 그간 없었던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는 변화가 나타나는 중”이라며 “보험·대출·리스 등 앞으로 다양한 금융상품까지 결합하면서 애프터 마켓의 서비스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