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잇따른 대형차 출시로 중형차가 점령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올해 대형 전기차에 세금 혜택도 생기는 만큼, 대형차가 부진에 빠진 내수 시장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자동차 업체들은 올해 전기차 전환의 ‘마지막 퍼즐’로 꼽히는 대형 전기차, 그리고 부분변경을 거친 하이브리드와 내연차 모델을 출시한다. 그 배경에는 국내 시장의 중형차 쏠림 현상이 있다. 중형차 위주 시장에 변화를 줌으로써 내수 부진을 극복하겠단 것이다.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중형차 판매량은 46만 3673대로 2023년 대비 11.9% 늘었다. 중형차의 판매 비중은 32%로 모든 차급 중에 가장 높았다. 작년 전체 신차 판매는 재작년 대비 4.5% 줄면서, 중형차 판매 비중은 1년 새 4.7% 포인트 증가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넓은 실내 공간을 원하는 소비자 요구를 대형차에 반영하고 있다. 내달 국내 출시되는 현대차의 첫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은 넓은 실내 공간이 특징이다. 차체 길이가 5060㎜, 차폭은 1980㎜다. 3열 좌석을 접으면 골프백과 보스턴 백을 4개씩 실을 수 있으며, 차랑 앞쪽 트렁크 공간(88L)도 보스턴 백 여러 개가 들어간다. 아이오닉 9은 110.3kW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탑재해 한번 충전으로 최대 532㎞를 달릴 수 있다. 충전 시간도 350kW(킬로와트)급 초급속 충전기로 24분이면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아이오닉9은 올해 신설되는 대형 전기차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전기승용차는 중·대형에 관계없이 에너지 소비 효율이 3.7㎞/kWh(킬로와트시) 이상이어야 친환경 전기차로 인정되는데,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축간거리 3050㎜를 넘는 대형 전기차의 경우 이 기준을 3.4㎞/kWh로 완화했다. 친환경 인증 차량에는 개별소비세 최대 300만원 감면 혜택, 그리고 개별소비세 감면 폭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 감면 및 최대 140만원까지 취득세 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내연차 모델들은 부분변경을 거쳐 새 얼굴로 돌아온다. 현대차가 이달 출시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완전 변경 모델 ‘디 올 뉴 팰리세이드’가 대표적이다. 기존 디젤 모델을 없애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새로 추가했다. 현대차는 가솔린 모델부터 출시했고, 하이브리드 모델은 에너지소비효율 인증 등을 거쳐 2분기(4~6월) 중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현대차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모터가 한 개만 탑재돼 있었지만, 신형 팰리세이드에는 모터 두 개가 탑재됐다. 현대차가 개발한 ‘2.5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처음 적용된 것이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올해 부분변경을 거친 ‘뉴 그랜드 체로키’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프의 플래그십(대표) SUV 모델로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웅장함을 통해 올해 대형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의 부분변경 모델 ‘뉴 글래디에이터’도 출시한다. 새로워진 디자인뿐 아니라, 사이드 커튼 에어백, 12.3인치 터치스크린 등 옵션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