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자동차와 계열사인 미쓰비시자동차, 혼다는 올해 6월을 목표로 경영 통합에 나서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일본 소니그룹과 혼다자동차가 절반씩 출자한 ‘소니혼다모빌리티’가 1월 7~10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5’에서 차세대 전기자동차 ‘아필라(AFEELA)’를 공개했다. 아필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운전자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라디오, 음악 등을 제안하는 신기술이 탑재됐다. 아필라는 일본 대표 IT 기업과 자동차 업체가 협업해 만든 미래형 자동차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일본 자동차 업체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일본 2위, 세계 7위 자동차 브랜드 혼다가 중심에 있다. 혼다는 2024년 12월 23일 일본 3위, 세계 8위인 닛산과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새해 들어서는 세계 1위 도요타자동차와 스즈키자동차의 통합설도 나오고 있다. 숨 가쁘게 진행되는 일본 자동차 업계의 최신 동향을 소개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혼다 중심 비(非)도요타 연합 만들어져

닛산과 계열사인 미쓰비시자동차, 혼다는 2025년 6월을 목표로 경영 통합에 나서고 있다. 혼다, 닛산, 미쓰비시 간 ‘3사 연합’이 만들어질 경우 일본 자동차 업계에 ‘비(非)도요타 연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일본 자동차 업계 전문가인 슈쿠토쿠대의 아메미야 칸지 경영학 교수는 미국 테슬라와 중국 자동차 업체의 급성장에다 전기차로의 시장 전환이 맞물려 일본 자동차 업체의 위기감이 고조됐고 진단한다. 그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브랜드는 독자 생존이 어렵다”라며 “글로벌 승자군에 들어가기 위해선 몸집을 불리고 채산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닛산과 혼다의 통합에는 닛산의 실적 악화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한다. 닛산은 2024년 최대 경영난을 겪었다. 1999년 이후 25년 만의 경영난으로 평가된다. 1999년 닛산은 프랑스 르노와 제휴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회생했다. 하지만 보수 축소 신고 혐의로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이 2019년 체포되면서 2019년 말부터 닛산의 실적은 다시 곤두박질쳤다. 2024년 회계연도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0.2% 줄었고,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0.5%에 그쳤다. 도요타가 10.6% 수준인 걸 감안하면 형편없는 수치다.

닛산은 2019년 말 우치다 마코토 사장이 취임 이후 4개년 사업 구조 개혁인 ‘닛산 넥스트(Nissan Next)’를 실시, 생산 대수를 줄이고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2020년 이후 매년 400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잡았지만, 한 번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혼다와 닛산, 합병 위해 남은 과제

닛산은 업계에서 인정하는 차세대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독자적인 하이브리드차 시스템인 ‘e-POWER’를 비롯해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인 ‘지능형 전방 충돌 예측 경보(FCW)’, 손을 떼고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운전 지원 시스템 ‘프로파일럿 2.0’, 고효율과 고출력을 동시에 구현하는 세계 최초 가변 압축비 엔진 ‘VC 터보’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현재 상태로는 ‘기술의 닛산’으로 평가받은 강점을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기술의 닛산이라는 임직원의 자부심이 회사 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가 보유 중인 최고 기술과 시장이 원하는 차별화된 미래 기술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매출과 이익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차세대 자동차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 배경이다.

일본 2위 혼다도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와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몸집을 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래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V), 자율주행,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동시에 개발해야 한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혼다, 닛산 모두 중국 BYD 등과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며 “양사가 경영 통합으로 비용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라고 했다.

이들 두 회사가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면 보유한 기술의 선택과 집중, 인사 및 재무 시스템 통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자립 노선을 고수해 온 혼다와 기술적 자부심을 긍지로 삼아온 닛산이 기존 경영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협업을 통해 경영 효율과 혁신을 추구할 수 있을지 결과가주목된다.

도요타, 스즈키 통합으로 대응

도요타는 혼다와 닛산의 합병에 대응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도요타가 지주회사로의 전환이나 그룹사 재편을 추진 중”이라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 선두 지위를 지키기 위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현재 두 배 수준인 2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 전했다. 자동차 저널리스트인 이노우에 히사오는 “도요타가 스즈키에 대한 지분율을 높여 스즈키를 계열회사로 편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도요타와 스즈키의 통합설은 2024년 12월 말 스즈키 오사무(향년 94세) 스즈키 고문이 세상을 떠난 직후 불거졌다. 오사무는 창업가 집안 사위로 입적한 뒤 인도 시장을 개척하며 스즈키를 일본 대표 경차 메이커로 키운 뛰어난 경영인이다. 그가 별세하자 일본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도요타가 스즈키에 대한 출자 비율을 현재 5%에서 20% 이상으로 끌어올려 지분법 적용 회사로 편입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2021년 오사무가 회장직에서 물러나 고문직으로 전환했을 당시부터 도요타는 이런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도요타 연합군, 덩치 키운다

CES 2025에 참석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차세대 자동차 운전, 로봇, AI 등을 기존 사업에 적용해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도요타도 새로운 협력 파트너가 절실한 시점이다. 현재 도요타가 출자한 마쓰다와 이스즈, 스바루 등이 도요타 연합군에 포함된다. 도요타가 스즈키를 계열사로 편입하면 ‘도요타그룹’의 외연은 크게 확장된다. 두 회사는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에서도 최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스즈키는 인도를 기점으로 아프리카 시장 개척에 나섰고, 도요타그룹 종합상사인 도요타통상이 지원 중이다.

도요타는 경차 분야에서 스즈키와 일본 시장에서 경쟁해 온 다이하츠공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앞으로 도요타와 스즈키의 통합이 실현되면 경차는 다이하츠, 배기량 1000cc급 소형차는 스즈키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도요타 관계자는 “도요타가 전 세계에 판매하는 소형차 ‘야리스’는 스즈키의 소형차인 ‘스위프트’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할지, 스즈키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급을 받을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자동차 업계는 도요타 회장과 스즈키의 스즈키 도시히로 사장과 관계가 매우 좋은 만큼 양사 간 협력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스즈키도시히로는 스즈키에 입사하기 전, 도요타그룹 덴소에서 기술자로서 일한 경험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도요타와 스즈키의 관계도 깊다. 창업주 고향이 같은 시즈오카현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 2025년은 대격변의 해가 될 전망이다. ‘자동차의 스마트폰화’로 대표되는 글로벌 시장의 변혁기를 맞아 3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 혼다, 닛산 모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중국 자동차의 부상에 맞서 일본 업체 간 합종연횡과 사업 구조 재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미국, 유럽의 자동차 브랜드는 물론, 현대자동차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전 일본 유통과학대학 객원교수, ‘일본에 대한 새로운 생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