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완성차 업체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들을 분석한 결과, 저온 주행거리가 상온 주행거리와 가장 비슷한 차량은 롤스로이스의 ‘스펙터’(왼쪽)로 나타났다. 상온 대비 저온 주행거리 비율은 98.4%로 집계됐다. 국산차 중에선 제네시스의 ‘GV60(사륜구동·19인치)’의 상온 대비 저온 주행거리 비율이 93.8%로 가장 높았다. /롤스로이스·제네시스 제공

영하권 날씨가 계속되면서 전기차 운전자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겨울철엔 배터리 성능이 뚝 떨어지고, 히터도 많이 틀다 보니 주행거리가 여름철에 비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도 주행거리가 여름철과 큰 차이 없이 비슷하게 유지되는 차종이 있는가 하면, 일부 모델은 여름철의 60% 수준에 그치기도 한다. 업계에서 ‘전기차의 진짜 실력은 겨울에 드러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차종마다 다른 배터리 성능, 열을 활용하는 기술과 내부 전력 사용 효율성 등에 따른 차이가 겨울철에 두드러지는 것이다.

본지가 환경부 자료를 토대로 주요 완성차 업체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들을 분석한 결과, 저온 주행거리(영하 6.7˚C에서 히터를 최대로 작동하고 측정)가 상온 주행거리(섭씨 25˚C에서 측정)와 가장 비슷한 차량은 롤스로이스의 ‘스펙터’로 나타났다. 상온 주행거리(386㎞) 대비 저온 주행거리(380㎞) 비율이 98.4%에 달했다. 국산차 중에선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V60(사륜구동·19인치)’의 상온(403㎞) 대비 저온(378㎞) 주행거리 비율이 93.8%로 가장 높았다.

◇겨울에 강한 현대차

최근 1년 안에 출시된 수입 전기차들일수록 겨울철 주행거리가 여름철 대비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사전 계약에 들어간 비야디(BYD)의 ‘아토3’는 상온 주행거리(321㎞) 대비 저온 주행거리(309㎞) 비율이 96.3%에 이른다. 작년 하반기 출시된 폴스타의 ‘폴스타4(롱레인지 듀얼 모터·93.9%)’와 지프의 ‘어벤저(92.9%)’도 상위권에 올랐다.

현대차는 3개 차종이 상온 대비 저온 주행거리 비율 90%를 넘겼다. GV60, 코나 일렉트릭(N라인 19인치), 아이오닉 5N이다. 코나 일렉트릭은 상온(374㎞) 대비 저온 주행거리(342㎞) 비율이 91.4%, 아이오닉 5N은 상온(364㎞) 대비 저온 주행거리(331㎞) 비율이 90.9%였다.

지난해 테슬라가 처음 수입차 3위로 처음 오르는 데 주효했던 중국산 ‘모델 Y(후륜구동)’는 상온 대비 저온 주행거리 비율이 77.8%에 그쳤다. 상온에서 356㎞, 저온에서는 277㎞를 달릴 수 있다. ‘모델 3(후륜구동)’도 상온(382㎞) 대비 저온 주행거리(290㎞)가 75.9%에 머물렀다.

◇전력 사용 효율 높여라

상온 대비 저온 주행거리 비율은 전기차 보조금과도 직결된다. 올해 기준 상온 주행거리 300㎞ 이상 차량은 저온 주행거리 비율이 75%, 상온 주행거리 400㎞ 이상 차량은 저온 주행거리 비율이 70%를 넘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겨울철 전기차 전력 사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기술을 차량에 도입하고 있다. 테슬라는 겨울철 운행 때 ‘출발 예약’ 기능을 권장한다. 운전자가 출발 시간을 지정하면 차량이 출발 전에 배터리를 예열, 주행 가능 거리 감소를 막는 기능이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들은 버려지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히트펌프’ 기술을 실내 난방에 이용한다. 전기차 내부에 있는 각종 전장 부품이 발산하는 열을 회수해 다시 이용하는 것이다. 기아 ‘EV9’ 시트에 적용된 현대트랜시스의 ‘저전력 카본 열선’은 소비 전력을 기존 열선 대비 15% 이상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