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삼성SDI와 로봇 전용 배터리를 공동 개발한다. 전기차 배터리로 시작된 협력을 미래 먹거리인 로봇 분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번 협력으로 현대차·기아는 자체 로봇 기술 개발, 삼성SDI는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속 수익 다각화에 탄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경기도 의왕연구소에서 삼성SDI와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배터리 형태를 로봇 내부 공간에 최적으로 만들고,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켜 출력과 가동 시간을 대폭 늘리는 것이 목표다. 그간 로봇 배터리는 전동 공구나 소형 전기차 등에 쓰이는 것을 그대로 가져와 탑재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성능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로봇 내부 구조가 복잡해 용량이 작은 배터리셀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삼성SDI가 소재 개발과 배터리 설계를 담당하고, 현대차·기아는 이를 로봇에 적용해 성능 평가 및 고도화를 진행한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 현동진 상무는 “장기적으로 배터리 수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시장 확대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로봇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삼성SDI는 2023년 현대차 전기차 50만대에 대한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낸 지 1년 반 만에 로봇 배터리로 협력을 확장하게 됐다. 삼성SDI 소형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조한제 부사장은 “이번 협력을 통해 로봇용 배터리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기술력을 선보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