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아이콘 테슬라가 실적과 주가 모두 내리막길이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상위 5개 업체(BYD, 테슬라, 지리, 상하이차, 폴크스바겐) 중 2위인 테슬라의 판매량(약 179만대)만 전년 대비 줄었다. 순수 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외부 충전기가 달린 하이브리드차)를 합한 숫자다. 테슬라는 작년 주요 시장인 미국(-1%)과 유럽(-13%)에서 판매가 급감하며 설립 이후 처음 연간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기차 선두 업체들은 최근 캐즘(수요 정체) 속에 PHEV 같은 대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지만, 테슬라는 BEV만 고집하는 데다 그마저도 신차 출시가 느리다는 지적이다.

테슬라 주가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최대 수혜자가 될 거란 전망에 주가가 치솟았지만 세계 곳곳에서 판매가 급감하는 데다, 중국 BYD(비야디) 등 경쟁 업체의 추격이 거세기 때문이다.

그래픽=백형선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테슬라 주가는 전날 대비 3.91% 상승한 293.04달러였다. 6일 연속 하락하다 하루 반등했지만, 작년 12월 찍었던 최고치(479.86달러)의 61% 수준에 불과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스티브 맨은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와 관련된 논란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머스크 CEO가 미국 정부효율부 수장이 되며 테슬라 외 사업으로 눈길을 돌리는 데다, 연일 미디어에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면서 테슬라에 대한 시민 반감이 커진다는 것이다.

◇경쟁사들 신차 출시로 추격

테슬라 실적 부진의 원인은 주력 모델의 노후화다. 주요 전기차 기업들이 다양한 가격과 차급의 신차를 내놓는 사이 테슬라는 ‘모델Y’와 ‘모델3′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고수하고 있다. 재작년 출시한 전기 트럭 ‘사이버트럭’은 북미에서만 판매 중이다. ‘모델Y’가 올해 출시 5년 만에 첫 부분 변경을 앞두고 있고 작년 모델3가 출시 7년 만에 부분 변경됐지만, 거의 매년 신차를 내놓는 주요 업체들과 대비된다.

그 배경으로 머스크 CEO의 활동 영역이 점차 커진다는 점이 거론된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일론 머스크는 아직도 자동차 판매에 관심이 있을까?”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머스크가) 자동차 개발, 생산, 판매에 관심을 잃은 듯하다. 과거엔 차량 생산 이전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차량을 홍보했는데 올해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도 올해 출시 예정인 저가 차량 ‘모델 Q’ 대신 에너지나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사업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머스크가 회사의 위기 상황마다 현장을 찾아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리더십을 보였다면, 이제는 스페이스X, 엑스(옛 트위터) 등 수많은 사업을 펼치는 탓에 테슬라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치 리스크, 기술 혁신으로 돌파하나

머스크 CEO의 정치 활동 리스크도 점차 커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유럽에선 테슬라 판매량이 작년 동월 대비 45% 급감한 반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37% 늘었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행사에서 이른바 ‘나치식 경례’를 해 반발을 불러온 독일에선 1년 새 판매량이 60% 안팎 급감했고, 영국에선 처음 중국 업체 BYD(1614대)보다 낮은 월간 판매량(1458대)을 기록했다.

테슬라는 올해 완전 무인 자율 주행 시스템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등 일부 지역에서 시작하고, 내년 로보택시(무인 자율 택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신차 출시에는 상대적으로 더디지만, 최근 테슬라는 이 분야에서 명확한 목표 시점을 제시하고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적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란 시각도 있다. 시장조사 업체 자토다이내믹스 애널리스트 펠리페 무노즈는 “테슬라가 곧 있을 모델Y의 부분 변경을 앞두고 생산을 줄인 점도 최근 실적에 반영됐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