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 4일(현지 시각) 한 달간 유예 끝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선 혼란과 혼돈이 이어지고 있다. 25% 관세 조치로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이 최대 수십 퍼센트 가까이 오르고 자동차 업체들이 수조 원대 타격을 입게 될 거란 우려가 나왔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쉽게 대응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이날 “상황에 따라 관세를 완화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여전히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실제 생산 기지를 옮기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과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의 존 보젤라 회장은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가 캐나다·멕시코 관세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일부 차량 모델의 가격이 많게는 25%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미 현지 매체들도 관세에 따른 혼란을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매년 수천억 달러 상당의 원자재, 부품 및 자동차가 세 나라(미국, 멕시코, 캐나다)를 오간 뒤에 자동차가 완성된다. 관세가 신차 가격을 수천 달러 인상하고 오랜 공급망을 뒤흔들 수 있다”고 했다.

멕시코와 캐나다 생산 비중이 높은 자동차 업체들이 수조 원대 타격을 입을 거란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스텔란티스(34억유로) , 폴크스바겐(18억유로), BMW(6억유로), 메르세데스-벤츠(1억유로) 등 유럽 업체들에 올해 59억유로(약 9조원)의 피해가 갈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작년 대비 올해 영업이익이 일본 마쓰다와 도요타는 각각 57%, 18%씩 줄고, 미국 GM(제너럴모터스)과 포드는 90%,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멕시코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도 비상이 걸렸다. 기아는 멕시코 공장에서 연간 25만대를 생산, 이 중 절반에 달하는 12만대 안팎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기아는 멕시코 생산 물량 일부를 미국 외 시장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작년 말 미국 조지아주에 지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GM 한국사업장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GM의 폴 제이컵슨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관세가 영구적으로 부과된다면 (미국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대응책을 둘러싼 고민이 깊다. 일본 혼다 등 업체들이 멕시코에서 생산하려던 일부 차종을 미국에서 만들기로 했으나, 공장 이전과 같은 대대적 움직임은 나오지 않았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워낙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로선 명확한 해법을 정해 시행하기가 어렵다”며 “상황에 따라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고 새 수출처를 모색하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당분간 찾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