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 카트가 도로에 나오면 이런 느낌일까.’ 볼보의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 EX30을 타고 최근 경기도 분당에서 인천까지 45㎞를 왕복 주행하며 든 생각이다. 전장과 전폭이 각각 4235㎜와 1840㎜에 불과한 EX30은 기아 EV3보다도 작고, 차량 앞쪽 ‘프런트 오버행’ 길이도 유독 짧아 좁은 골목을 돌거나 유턴을 할 때 큰 부담이 없었다. 시내 주행에는 이보다 적합한 소형 SUV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고속도로에서 조금만 가속해도 그 속도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느껴진다는 점은 소형 전기 SUV의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었다.
EX30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스티어링 휠(운전대) 뒷공간이다. 다른 볼보 차량과는 다르게 계기판이 없는 대신,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적외선(IR) 센서’만 있다. 운전할 때 졸거나 하품을 해 시선이 분산되는 모습을 감지해 ‘휴식을 취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를 띄워 준다. 안전을 강조하는 볼보의 기술력을 보여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기판에 나오는 정보들은 전부 대시보드 중앙의 세로 형태 12.3인치 디스플레이 속으로 들어갔다. 상단에는 주행 속도, 하단에는 공조 조절 기능 등이 나타났다. 주행 속도 옆에는 차량이 차선 위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픽도 함께 제공됐는데, 차가 한쪽으로 치우치는지 헷갈릴 때면 이 기능이 무척 유익했다. 화면도 세로 형태라서 진행 방향 주변 지형지물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물리 버튼은 머리 위 비상등과 우측 암 레스트에 있는 창문 버튼이 전부였다. 그렇다 보니 주행 도중 급하게 에어컨을 끄거나 음량을 줄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다만 음성 인식 기능은 “성에 제거해줘” “볼륨 낮춰 줘” 등 다소 복잡한 지시도 한 번에 알아들을 만큼 우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