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는 지난 2월 전기차 화재 대응 기술 ‘파이어맨 액세스(Fireman Access)’의 특허를 공개했다. 자금과 인력을 들여 직접 개발한 자동차 화재 진압 기술을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1월 프랑스 전기차 시장에서 ‘르노 5’를 1위, ‘르노 시닉 E-테크’를 3위에 올린 전기차 시장 선두 주자로서 전기차의 전반적인 안전성을 높여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르노는 지난달 전기차 화재 대응 기술 ‘파이어맨 액세스(Fireman Access)’의 특허를 공개했다. /르노코리아 제공
르노는 지난달 전기차 화재 대응 기술 ‘파이어맨 액세스(Fireman Access)’의 특허를 공개했다. /르노코리아 제공

◇전기차 화재 피해 줄이는 파이어맨 액세스 기술

파이어맨 액세스는 차량의 배터리 케이스에 별도의 통로를 만들고 이를 접착 디스크로 봉합하는 기술을 말한다. 평소에는 단단하게 밀폐돼 있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 호스의 강한 물줄기가 접착 디스크를 밀어내면서 통로를 통해 들어가 배터리 과열을 빠르게 막는다. 르노 그룹은 산하 르노, 다치아, 모빌라이즈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이 기술을 모두 적용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 화재와 달리 현장에서 대처하기 어려워 진압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또, 열 폭주(배터리 연쇄 폭발) 및 전이 현상으로 인해 화재가 커질 우려가 크다 보니 신속한 진압이 중요하다. 르노 관계자는 “일반적인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진압하는 데 평균 4시간이 걸리지만 파이어맨 액세스 기술을 적용하면 10분 내외로 줄일 수 있다”며 “진압에 쓰이는 물의 양도 기존 전기차 화재 때 필요한 양보다 90% 가까이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어맨 액세스 특허를 공개한 배경엔 르노가 2023년부터 그룹의 핵심 가치로 내세운 ‘휴먼 퍼스트(Human First)’ 프로그램이 있다. 르노는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안전에 대한 르노의 혁신 기술들을 모두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고, 이번 파이어맨 액세스 특허 공개도 이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됐다. 르노 관계자는 “앞으로도 유엔(UN)과 함께 ‘유니버설 페이턴트(Universal Patent)’ 캠페인을 전개하며 전기차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 기술들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 차량에 ‘큐레스큐’ 코드 도입

국내 르노코리아 차량에서도 ‘휴먼 퍼스트’ DNA는 엿볼 수 있다. ‘큐레스큐(QRescue) 코드’가 대표적이다. 큐레스큐 코드는 사고 발생 시 현장에서 차량 내 탑승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도록 차량의 구조, 정보 등을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QR 코드를 말한다. 차량 사고 발생 시 큐레스큐 코드를 활용하면 이전보다 인명 구조 시간을 최대 15분까지 절약할 수 있다.

르노는 일찍이 1926년, 전문 소방 장비의 필요성을 느끼고 타입 LO(Type LO) 소방차를 내놨다. 르노의 타입 LO는 이후 프랑스 거리를 달리며 화재를 진압했다. 지금도 전 엔지니어링 팀에 정규직 소방관을 배치하고 있으며, 전 세계 21국에서 소방관 5000명을 교육하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한 파이어맨 액세스 기술도 소방관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개발됐다.

또 르노는 프랑스에 있는 최첨단 기술 센터 3곳에서 차량 안전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최근 들어선 AI(인공지능)와 같은 최신 혁신 기술을 적용해 차량 사고를 줄이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1970년 이후 르노가 받은 안전 관련 특허만 2000개를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