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이 열렸다. 2022년 10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지 2년 반 만이다. 이날 준공식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등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총출동했고, 미국 현지에서도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버디 카터 연방 하원 의원, 앙헬 카브레라 조지아공대 총장, 조현동 주미 한국 대사가 참석했다.
이날 준공식을 가진 메타플랜트는 여의도 4배 크기(1176만㎡)로 2005년부터 가동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716만㎡), 2010년 준공한 기아 조지아 공장(261만㎡)을 합한 것보다 큰 규모다. 15년 만에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신규 공장 준공을 기념하는 날이었지만, 준공식 3시간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동차 25%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이날을 또 다른 의미로 뜻깊게 했다.
이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관세 부과 예고일인) 4월 2일 이후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관세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정 회장은 “관세는 국가와 국가의 문제”라며 “관세 발표 이후 정부 주도하에 개별 기업도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발표한 미국 제철소 건설 계획에 대해선 “관세에 대비해서 짓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美 생산 확대로 시장 공략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등 경영진은 메타플랜트 준공식에 앞서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본 가운데 미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연산 30만대 규모인 메타플랜트의 생산 능력을 연 50만대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을 합쳐 연 70만대 규모였던 생산 능력은 100만대로 늘어난 데 이어 추가 증설 후 120만대까지 증가하게 된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인 증설 일정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자동차 관세 부과와 같은 외부 변수에 기존 계획보다 빠르게 증설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지 생산이 연 120만대까지 확대되면 미국 내 판매량은 연 200만대를 웃돌 것으로 현대차 그룹은 예측한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171만대를 판매하며 미국 GM(269만대), 일본 도요타(233만대), 미국 포드(207만대)에 이어 4위를 기록했던 현대차·기아가 톱3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것이다. 이날 장재훈 부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파이(pie)를 늘릴 것”이라고 했고, 송호성 사장도 “기아가 지금 미국에서 연간 85만대를 팔았는데 12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이 침체,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장기화 속에 많은 기업이 미국 내 생산 물량을 줄이거나 새 공장의 가동 시기를 늦추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라는 풀이가 나온다. 일본 도요타는 작년 말 북미 최초 전기차 생산 공장 가동 시기를 올해에서 내년으로 미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12만대를 팔며 테슬라(63만대)에 이어 2위를 나타냈다. 2023년 대비 36.2% 증가하며 같은 기간 5.6% 감소한 테슬라와의 격차도 줄였다.
◇생산 계열화·신기술 집중 투자
현대차그룹은 이번 공장 준공을 통해 부품 현지 생산·조달을 확대하고, 신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부품과 철판, 그리고 로보틱스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신기술에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메타플랜트 인근에 SK온·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미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현대트랜시스의 공장과 물류센터 등을 가동 중이다. 여기에 현대제철이 가까운 루이지애나에 제철소를 건설하면서 부품 생태계 완비가 기대되는 것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캐나다, 멕시코로 생산 기지를 이전한 미국 ‘빅3’보다도 오히려 미국 내 부품 공급망 측면에서 강점을 얻게 됐다”고 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메타플랜트에서 현대차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9을 시작으로, 향후 기아와 제네시스 모델도 생산할 예정이다.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지었지만,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하는 현실을 고려해 하이브리드차도 함께 만든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메타플랜트 생산 물량의 40%는 기아 차종이 될 것”이라며 “첫 모델은 하이브리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