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앨라벨에서 착공한 지 2년 반 만에 문을 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연산 30만대 규모의 여의도 4배 크기(1176만㎡) 공장에선 여느 자동차 공장에서 물건을 옮기는 견인차나 지게차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무릎 높이 몸통에 위로는 적재 공간을 갖춘 운반 로봇 500여 대가 부품과 차를 싣고 곳곳을 오갔다. 운반 로봇이 생산 라인에 가까이 가면 2m 높이 로봇 팔이 각 공정에서 생산된 부품들을 차종별로 분류한 뒤 수십 장씩 팔레트(받침대)에 실었다. 앞에 사람이나 장애물이 있을 경우 속도를 낮추며 멈췄고 때론 옆으로 피했다. 로봇이 수시로 공장을 관리하는 관제실과 통신을 주고받으며 움직인 것이다.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는 현대차그룹의 세 번째 미국 공장으로, 2005년부터 가동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716만㎡)과 2010년 준공한 기아 조지아 공장(261만㎡)을 합한 것보다 큰 규모다. 자동차 생산 과정 곳곳에 AI(인공지능)와 IT 기술을 적용해 현대차그룹의 이전 공장 대비 높은 수준의 자동화와 첨단화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AI 기반 차량 품질 기술을 곳곳에 적용하고, 자동차 공장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져 온 컨베이어 벨트가 일부 사라지기도 했다.
◇AI가 생산부터 품질 검사까지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각종 부품을 조립해 차량을 완성하는 ‘의장(艤裝) 공정’이었다. 의장 공정은 철판을 가공해 패널을 생산하는 ‘프레스’, 패널을 용접하고 조립해 차의 뼈대를 만드는 ‘차체’, 색상 등을 입히는 ‘도장’ 공정에 이어 마지막 자동차 생산 공정이다. 그간 많은 공장에서 앞선 세 공정의 자동화는 상당수 이뤘지만, 의장 공정은 2만~3만여에 달하는 부품을 채워야 하는 미세 업무가 많아 사람의 작업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의장 공정 자동화율은 40% 안팎으로 다른 현대차 공장 평균(10% 안팎)의 네 배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이 2023년 지은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 센터(HMGICS)에서 각종 제조와 물류 기술을 적용해 실험한 덕분에 이 같은 결과가 가능했다. HMGMA 법인장 권오충 전무는 “현대차그룹 단일 공장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투자(80억달러)가 이뤄졌고, 첨단 설비와 시스템이 집약됐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차량 문을 자동으로 떼고 장착하는 시스템을 이 공장에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의장 공정의 시작과 끝 단계로, 내부 조립을 쉽게 하기 위해 문을 떼내고 조립이 끝나면 문을 붙이는 것이다. 그동안은 단차 등을 우려해 사람이 이 작업을 해 왔지만, AI 기반 카메라 시스템을 장착한 로봇이 이를 대신하게 했다.
생산 공정 곳곳에 로봇과 AI 기술이 적용돼 품질 수준을 높였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프레스 공정에 AI 카메라가 완성된 패널의 흠집을 감지하는 시스템을 최초로 적용했고, 차체 공정의 마지막에선 로봇개 ‘스폿’이 외관 품질 검사에 투입된다. 도장 공정에도 차체 1대당 약 5만장의 이미지를 촬영해 품질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미래 신기술 총집합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선 ‘다품종 소량 생산’의 실험도 이뤄지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의장 공정은 컨베이어 벨트 위로 차체가 이동하고 수백 명의 작업자가 각 위치에 대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곳에선 차량들이 일부 조립 구간에선 컨베이어 벨트 대신 자율 로봇에 의해 운반되고 있었다. 세부 사양에 따라 조립 순서가 다르기 때문에 각 차량마다 일부 공정을 생략하게 한 것이다.
컨베이어 벨트가 금속이 아닌 목재로 돼 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관계자는 “목재가 탄성이 있어 작업자의 몸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에는 880명 안팎의 직원이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직원이 다수 배치된 의장 공정 인근은 천장이 뚫려 있어 햇살이 안으로 비쳤고, 완전 자동화된 차체 공정은 건물 밖에서 창문을 통해 차체의 실루엣을 볼 수 있게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인 동시에 인간 친화적인 생산 현장을 지향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생산 능력을 현재 연간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하는 한편, 그룹 차원의 신기술을 대거 생산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정확한 시기와 용도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도 이곳에 향후 시범 투입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