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5월까진 ‘관세 폭탄’에 따른 판매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 3일부터 미국 행정부가 모든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에서 자동차 가격이 급등할 거란 우려가 나오자, 소비자와 딜러 등을 안심시키는 데 나선 것이다. 다만 딜러들이 보유한 석 달 판매분 정도의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부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켈 그루너 폴크스바겐 북미법인 CEO(최고경영자)는 1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5월 말까지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규제나 관세정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5월 말까지 소비자와 딜러들에게 (가격 인상이 없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관세정책이 계속되면 6월부터는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자동차 업체마다 미국에서 당분간 가격 인상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관세 부과 전 수입한 차량의 재고가 남아 있고, 미국의 관세정책이 바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닛산 북미 법인은 “6월 2일까지 가격을 유지한다. 이후 수요와 시장 동향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프 월터 스바루 북미 법인 COO(최고운영책임자)도 “현시점에서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했다. 앞서 현대차 미국 법인도 지난 4일 “6월 2일까지 2개월 동안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 기관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미국 자동차 딜러들은 평균 89일치 재고를 지니고 있다. 자동차 관세는 차를 더 비싸게 수입하는 미국 판매 법인이 일차적으로 부담하다 보니, 딜러들의 재고가 다 떨어지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구조다.

앤드루 프릭 포드 사장은 이날 딜러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향후 차량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5월 생산 물량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5월 생산 물량은 6월 말이나 7월 초쯤 매장에 도착돼 판매되는데, 이 시기부터 가격 인상이 이뤄질 거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