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올해 국내 시장에 출시한 플래그십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디 올 뉴 LX 700h'. /렉서스코리아

10여 년 전 미얀마 양곤. 비포장길을 몇 시간 동안 타고 달렸던 도요타 랜드크루저의 승차감은 남달랐다. 돌아오는 길 비슷한 크기의 국산 플래그십 신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와 비교 시승은 ‘아, 이래서 랜드크루저라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 랜드크루저를 기반으로 한 렉서스 올 뉴 LX700h를 서울 도심과 수도권 고속도로 등지에서 타봤다.

기자가 탄 모델은 4인승 VIP. 1990㎜인 차 폭, 5095㎜에 이르는 차 길이는 그 어느 대형 SUV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게 당당했다. 차 크기만큼이나 차 인상을 좌우하는 전면부 스핀들 그릴은 육중한 느낌이 들었다.

차선 이탈 경고 등 각종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 덕에 도심 운전도 편안했다. 두 개의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운전석 주변은 최근 신차에서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물리 버튼들이 인상적이었다. 지나치게 많은 버튼을 디스플레이 안으로 넣는 요즘 추세와는 달리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했다. VIP 모델의 경우 2열 독립 좌석까지 장착된 마사지와 리클라이닝 기능, 모니터 시스템, 넉넉한 쿨 박스 등은 비포장도로를 갈 일이 많은 VIP라면 매력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이브 모드는 다이얼로 바꿀 수 있어 언제든 손쉬웠고, 모드에 따른 차이도 빠르게 느낄 수 있었다. 웬만한 차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포트홀(도로에 소규모로 움푹 파인 곳)이나 신경이 쓰였을 흙길을 지날 때에도 마음은 편안했다.

다만, 프레임 위에 보디가 얹힌 ‘보디 온 프레임’ 구조다 보니 일체형 ‘모노코크’ 구조로 된 다른 대형 SUV와 비교했을 땐 승차감에서 다소 차이가 느껴졌다. 경사로 주행 등 오프로드에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이지만, LX700h의 진가를 느끼기에 도심과 고속도로 위주의 주행으로는 충분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