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산업은 대규모 내수 시장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1위 자동차 업체 BYD가 지난해 1월 중국 선전항에서 선보인 자동차 수출 선박. /신화 연합뉴스
중국 자동차 산업은 대규모 내수 시장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1위 자동차 업체 BYD가 지난해 1월 중국 선전항에서 선보인 자동차 수출 선박. /신화 연합뉴스

아이토, 스텔라토, 파이어플라이….

23일 언론 공개를 시작으로 내달 2일까지 열리는 중국 상하이모터쇼는 이 같은 신흥 자동차 업체를 앞세운 중국의 ‘차해전술(車海戰術)’이 확인되는 자리다. 격년으로 개최되는 모터쇼는 올해 26국에서 1000여 기업이 참여했다. 또 이번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신차만 100여 대에 이른다. 중국 1위 자동차 업체 BYD(비야디)와 세계 1위 배터리 회사 CATL은 물론, 샤오미와 화웨이 같은 빅테크와 스타트업까지 가세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등 전통 자동차 기업들도 중국 내수 전용 전기차 신차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미국과 독일 등 자동차 본고장에서 열리는 모터쇼는 일제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반면, 중국 모터쇼는 자국 업체들과 해외 업체까지 불러들여 글로벌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달라진 위용을 보여주는 장면이란 지적이다. 점차 중요해지는 중국 내수, 그리고 중국 기업들의 높은 기술력이 그 배경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 입장에선 유럽 같은 주요 시장이 경기 침체로 주춤한 가운데, 중국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이달부터 모든 수입차에 부과하는 25% 관세 역시 글로벌 자동차들의 발걸음을 중국으로 돌리고 있다. 또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를 쌓으며 자율 주행 분야에서도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의 기술을 배우고 따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中 위용 드러난 모터쇼

올해 상하이모터쇼에선 신차와 기술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두드러진다. 화웨이가 중국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한 브랜드 연합 ‘하모니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얼라이언스(HIMA)’, 그리고 샤오미가 데뷔 무대를 가진다. HIMA엔 럭시드, 아이토, 마에스트로, 스텔라토 같은 브랜드가 포함돼 있다. 올해 말엔 상하이차와 합작한 브랜드 샹제도 이 대열에 합류한다. 스타트업 니오는 배터리를 탈부착해 교체할 수 있는 자동차 브랜드 ‘파이어플라이’와 패밀리카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온보’를 출범시키고 신차를 공개한다.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차를 만드는 중국 립모터는 이번에 중국 내수를 겨냥한 2000만원대 전기 세단 ‘B01’을 최초 공개한다.

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신기술 경쟁도 행사의 한 축이다. CATL은 지난 22일 상하이에서 ‘테크 데이’ 행사를 열고 2세대 배터리 ‘선싱’을 공개했다. 최대 주행거리가 800㎞로, 5분간 충전하면 520㎞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다. 지난달 BYD가 5분 충전해 470㎞ 주행하는 충전 기술을 공개하며 이목을 끌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이를 앞지른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전용 전기차를 공개하며 중국 시장 구애에 나섰다. 특히 중국 시장이 매출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독일 업체들이 최근 부진한 중국 판매 살리기에 나섰다. 아우디는 중국 전용 전기차 브랜드인 ‘AUDI’의 첫 양산차 ‘E5 스포트백’을, 벤츠는 중국 전용 보급형 전기차 ‘CLA 롱휠베이스’ 등을 최초 공개했다. 상하이모터쇼에 불참한 현대차는 22일 상하이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준중형 전기 SUV ‘일렉시오’를 공개했다. 오익균 현대차 중국권역본부장은 “중국은 현대차 입장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2027년까지 중국 시장에 최적화된 6종의 신에너지차 라인업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동남아·남미… 세계 호령하는 中 전기차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최근 내수를 넘어 동남아와 남미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이며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아세안 6국(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23년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남미 최대 시장 브라질에서도 작년 기준 64% 안팎으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유럽연합(EU) 등 각국이 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중국 업체들의 해외 공장 건설도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중국행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는 물론, 부품사와 소프트웨어 업체 등 업계 전반이 중국 외 대체 시장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에서 판매를 늘리고 기술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