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계 증권사 CLSA 서울 지점의 폴 최 리서치센터장은 7일 한국 투자전략 영문 보고서에서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뉴딜펀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세금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펀드? 시장원리를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권력을 사용해 시장을 조작하는 행위다.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외국계 증권사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발표한 ‘뉴딜펀드’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보고서를 냈다. 세금을 동원해 손실을 보전하는 펀드는 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으며, 이 펀드가 돈을 넣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에 대한 투자는 줄어드는 구축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콩계 증권사인 CLSA 서울 지점의 폴 최 리서치센터장과 미나 김 연구원은 7일 ‘문재인 대통령이 펀드매니저로 데뷔했다(Moon’s debut as a fund manager)’는 제목의 한국 관련 투자전략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의 뉴딜정책 펀드는 이미 크게 오른 업종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며 “정부는 버블 조장에 앞장섰고, 우리는 모두 버블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펀드 매니저들이여 조심하라. 당신의 대통령은 당신의 경쟁자”라며 “세금으로 손실을 메울 수 있는 펀드매니저와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3일 정부 예산(3조원)과 국책은행 출자금(4조원)에 은행과 연·기금 등 민간 지원(13조원)을 합친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를 골자로 하는 뉴딜펀드 조성 계획을 내놨다. 세금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관제 펀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CLSA는 “문재인 정부는 뉴딜펀드가 시중의 유동성을 생산적인 곳으로 이동시켜 부동산 가격(상승세)을 멈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자본 이익을 챙겨줌으로써 표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고 꼬집으면서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펀드의 구조는 모럴해저드를 부추기는 전형적인 사례이며,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축효과란 정부가 특정 산업 분야, 특정 기업에 투자하는 뉴딜지수와 ETF(상장지수펀드)를 만들면서 쏠림 효과가 생겨 여기 속하지 못한 다른 산업 분야나 다른 펀드에는 투자가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CLSA는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BBIG 지수에 있는 모든 기업은 수혜를 보겠지만, 뉴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나머지 기업들은 패자(losers)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 최 센터장은 지난 3월에도 ‘문 지지자들의 심중(Inside the minds of Moon supporters)’ 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지지자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 문 정부가 뉴딜펀드를 내놓은 배경으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음 경제 정책은 뭔가 크고 영속적인 것이어야만 했을 것”이라면서 “이는 문 대통령의 ‘마지막 승부수’”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