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CEO가 상하이 공장 기공식에서 춤을 추고 있다. /신화통신


“깜짝 놀랄 뉴스로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겠다(blow your mind).”

전 세계 자동차 업계와 금융계의 모든 관심이 22일(현지 시각) 배터리데이에 쏠리고 있다. 테슬라가 배터리 신기술을 발표하는 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테슬라는 물론 세계 자동차 업체와 배터리 생산 회사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호언대로 놀라운 신기술이 발표되면, 전 세계 자동차와 연관 산업은 지각 변동을 겪게 된다. 배터리가 이렇게 신기술의 총아로 무대의 중심에 오른 적은 없었다. 머스크가 꿈꾸는 ‘테슬라 왕국’의 마지막 퍼즐이 바로 배터리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사람이 손에 컴퓨터 들고 다닌다면, 테슬라는 컴퓨터가 사람 데리고 다닌다

테슬라의 야망은 애플의 길을 더듬으면 된다. 애플은 자신들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아주 매끄럽게 연동시켜 소비자가 큰 만족을 느끼도록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통합해 ‘애플 생태계’를 구축했다. 사람이 손에 든 아이폰 대신 테슬라 전기자동차에 사람을 태우면 테슬라 왕국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테슬라의 수직통합 구조

‘모노즈쿠리(일본의 수직 통합적 제조 철학)’라는 용어의 창시자인 후지모토 다카히로(藤本隆宏) 도쿄대 교수는 “테슬라의 강점은 단순히 매력적인 전기차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AI 반도체, 통합 전자제어계, 차체 하드웨어, 배터리팩(배터리셀만 외부 조달), 급속 충전계를 수직 계열화한 폐쇄•통합형(closed integral) 체제를 구축한 데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회사들은 아직까지 수직 계열화의 일부인 전기차만 만들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전기차조차, 테슬라의 컴퓨터 성능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라면, 다른 전기차들은 피처폰이나 단순 기능의 스마트폰에 머물러 있다. 네이선 퍼 인시아드 경영대 교수는 “테슬라는 전기차만 만드는 게 아니라 ‘최강의 기능을 갖춘 자동차’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기존 자동차 기업이 답습했던 방정식을 하나둘씩 깨고 있다”고 말했다.

◇질주하는 테슬라의 속도를 기존 배터리가 못 따라온다

이런 테슬라의 막강한 수직 통합 능력에서 유일하게 빠진 퍼즐이 바로 배터리다. 전기차의 핵심 기술인 모터와 인버터, 배터리 관리 기술 등은 모두 테슬라가 뛰어나다. 다만 배터리 자체만은 외부에서 전부 공급받는 상황이다.

테슬라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테슬라가 시장에 깔아놓은 차량은 누적으로 이제 100만대를 넘었다. 테슬라는 이 100만대의 차량을 통해 자율주행의 정밀도 향상을 위한 고급 데이터를 차량에 장착된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빨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가 독자적 모바일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보급 대수를 훨씬 늘려야 한다. 지구상엔 10억대 이상의 차량이 돌아다니는데, 테슬라 차량은 아직 그 1000분의 1에 불과하다. 테슬라 제국을 완성하려면, 연간 100만대를 넘어 200만대, 300만대까지 아무 문제 없이 생산을 늘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배터리의 가격•성능•양산 규모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게 큰 걸림돌이었다. 만약 테슬라가 배터리를 싼값에 대량으로 자체 생산하는 등의 돌파구를 찾는다면, 두 가지 면에서 테슬라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우선 그동안 전기차의 병목이었던 배터리 문제가 해결되면 테슬라 차량의 생산 확대가 더 빨라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테슬라가 꿈꾸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더 빨리 더 많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배터리 신기술을 확보하면, 수직 통합 능력이 더욱 강화되고, 다시 배터리 설계•관리•서비스가 향상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기존 배터리 강자와 자동차 업체에 재앙이 될 수도

머스크가 22일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풀어놓을 보따리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있으나 확실치는 않다. 전고체 배터리는 충전에 몇 시간씩 걸리는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5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며, 출력과 전기 저장량이 2배 이상 늘어 주행 거리가 늘어날 뿐 아니라 폭발 위험도 떨어진다. 상업화에 성공하면 배터리값도 낮출 수 있다. 도요타는 2022년에 전고체 전기차를 내놓고 테슬라를 잡겠다고 했지만, 아직 양산하기에는 난제가 남았다는 평가다.

테슬라와 파나소닉이 미국 네바다주 사막 위에 짓고 있는 기가팩토리. 테슬라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고성능 원통형 배터리 ‘2070 전지'를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 3’에 장착하고 있다.

테슬라가 전고체를 내놓지 않더라도 배터리에서 경쟁사를 앞설 혁신적인 기술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테슬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보급한 회사이고, 특히 배터리의 관리 능력이 업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테슬라 차량 전문가로 유명한 샌디 먼로 먼로앤드어소시에이츠 대표는 “테슬라는 이미 100만마일 배터리 기술을 갖고 있다”며 “테슬라는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기술을 숨기고 있다”고 했다.

테슬라가 이번 배터리데이에서 테슬라 차량에 들어갈 배터리의 일부를 자체 생산, 즉 수직 계열화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먼로 대표는 “무엇이 됐든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이 나올 것이 확실하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LG화학, 삼성SDI, 파나소닉 등 기존의 배터리 강자들, 그리고 테슬라를 잡겠다고 벼르는 다른 자동차 업체들에는 재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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