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3일(현지 시각)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어떻게 결론이 날까? 그리고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세계의 관심이 쏠린 미국 대선이 3주도 채 남지 않은 지난 12일, 윤여준(45)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주팀장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미국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당 후보)의 코로나 확진 이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여론 조사에서 격차를 벌리며 승세를 굳혀가고 있다. 윤 팀장은 “바이든이 당선되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동맹체를 구체화 시킬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 될지, 중국의 동맹이 될 지 선택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아직 세계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당장의 경제적 손실이나 이념 보다는 장기적 국익을 위해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해외경제동향을 분석하고 정부의 대외경제정책 결정에 조언을 하는 대외경제정책 분야의 최고 국책연구기관이다. 윤 팀장은 미국 경제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14년부터 6년째 이 연구원에서 미국 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 12일 세종시 국책연구단지 C동에 위치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3층 회의실에서 윤 팀장과 마주 앉았다. 강구상 미주팀 부연구위원(39)이 옆에서 보조 답변을 했다.
대세가 되어가는 바이든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대선에서 고전하고 있다. 대선이 불과 20여일 남은 상황인데, 누가 유리한가?
“여론 조사에서는 오래전부터 바이든 후보가 유리하다고 나왔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으로 바이든 후보가 더 유리해지는 양상이다. 다만 4년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맞붙었을 때에도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 후보가 이겼다고 나왔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트럼프 후보가 이겼다. 숨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변수인데, 그들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를 역전시킬 카드가 있나?
“시간이 없어서 새로운 정책으로는 역전이 쉽지 않다. 경제지표 개선이 중요한데, 발표가 남은 경제 지표는 3분기(7~9월) 미국의 실업률과 성장률 등이다. 아마 10월 말쯤에 나올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의회에서 협의중인 5차 경기 부앙책에도 역점을 둘 것이다. 하지만 여론 조사 격차가 10% 포인트 이상 벌어졌기 때문에 크게 보면 이런 결과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대외경제정책은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국에 주는 영향도 변화가 없을 것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의 중국 대응법
―그러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한마디로 좋아진다 혹은 나빠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분야별로 봐야 한다. 한국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미∙중 무역 갈등의 경우 바이든은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행동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대응 방식은 트럼프와 다르다.”
―어떻게 다른가?
“트럼프는 관세 부과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해 일방적인 보복 조치를 해왔다. 하지만 바이든은 이러한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에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고, 중국의 보복 관세로 인해 미국 제품의 중국 수출이 줄어들면서 미국인들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바이든이 당선되면 관세가 철폐될까?
“코로나 사태의 중국 책임론까지 일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관세 철폐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 철폐를 하더라도 그의 임기 후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 중심 신(新) 공급망
―바이든이 관세를 유지한다면 어떤 수단으로 중국을 견제하나?
"바이든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연대하는 미국 중심의 새로운 공급망을 구성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적대국과 동맹국들에게 모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미국 일국주의를 택해 왔다. 하지만 바이든은 동맹국들을 연합해 중국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처럼 중국을 홀로 상대하기 보다는 동맹국들과 함께 상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바이든은 동맹국들이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동맹국이 누가 될 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EU(유럽연합) 등이 되지 않을까? 한국은 당연히 들어갈 것이다. 한국은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선택을 강요받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바이든은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그래서 동맹국들과의 관계 개선에 노하우가 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의 연대를 더 강조할 것이다. 트럼프가 일국주의로 동맹국들의 많은 신뢰를 상실한 것과 다른 측면이다.
예컨대 트럼프는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규제할 때 한국 등 동맹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이든은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가 끊어지면서 동맹국들이 입게 되는 피해를 보상해 주는 유인책을 쓸 것이다. 그러므로 동맹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과의 관계 단절로 인해 우리가 입게 되는 피해가 너무 크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의 손짓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반면, 한국은 중국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미국을 선택하면 중국의 무역 보복이 있을 수 있다. 트럼프 시대에는 ‘경제적 피해’를 핑계로 댈 수 있었지만, 바이든 시대에는 그렇게 할 수 없으므로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 곳을 정치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압박이 커진다."
미∙중 간에 선택 강요 받는 한국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한국이 미국을 선택해 중국 수출이 100억달러 줄어들 경우 미국이 그 100억달러를 보충해 주면 한국은 손해가 없다. 하지만 미국이 70억달러만 보충해 주면 손해를 보게 된다. 현재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 한국의 손해를 모두 벌충해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을 때 우리가 받을 다른 불이익도 생각해야 한다. 수출액 만으로 따지기 어려운 정치 경제적 불이익이 크다. 중국이 비록 세계 경제의 G2(주요 2개국)로 성장하고 있지만 미국이 여전히 달러 체제를 바탕으로 국제 질서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통상 질서에 붙을 것인가, 중국의 새로운 흐름에 붙을 것인가를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교역 수치만 따지지 말고 큰 그림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를 따라가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가장 큰 득이 되지 않을까?”
윤 팀장은 어떤 국가를 선택해야 하는지 분명한 생각을 내비쳤으나 발언과 표현은 신중했다. 정부의 직접적인 감독을 받는 국책연구소의 연구원이라는 입장 때문인듯 했다. 그래서 직구를 날려봤다.
―한국이 중국 보다는 미국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런데 현 정부에는 친미(親美)보다는 친중(親中) 인사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데 미국 공급망 편입이 순조롭게 진행될까?
“… … .”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
바이든의 미국 중심 공급망 구축에 대해 좀 더 깊이 물어볼 필요를 느꼈다.
―바이든이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관해 어떻게 발언했나?
“바이든은 미국이 코로나 확산 때 의료용품과 장비의 심각한 부족을 경험하였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반도체, 핵심 전자제품, 통신인프라, 핵심 원자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공급망 붕괴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 러시아로부터의 필수물자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를 통해 미국 중심의 견고한 공급망을 구축하려고 한다.”
―바이든의 새 공급망 구상이 실현될 때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날 산업 분야는?
"반도체 분야가 될 것이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에서 밝힌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첨단산업들이 잘 기능하려면 반도체 산업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중국은 반도체의 70% 정도를 수입해 쓰고 있는데 자급률을 높여 수입 비율을 20~30%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공급망 동맹 체제를 만들면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미∙중 디커플링(분리)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화웨이나 SMIC 등 중국 통신업체나 반도체업체에 대한 제재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 반도체의 중국 수출이 줄면서 한국 경제가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단기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과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지 않나? 미국이 저렇게 나오면 중국이 원래 일정대로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삼성은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비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겠다고 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꼭 불이익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트럼프의 중국 공격은 역효과 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쟁에 대해 물어보자. 바이든은 트럼프의 중국 공격이 어떤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나?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가 촉발한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미국인의 일자리가 30만 개 이상 감소하였으며, 대부분의 농가가 파산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또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의 중국 직접 투자는 거의 같은 수준인 반면, 중국의 미국내 직접 투자는 오히려 줄었다. 이것은 미국으로 오려던 중국 기업은 오지 않았지만, 중국에 가려던 미국 기업은 그대로 중국으로 갔다는 이야기이다. 트럼프 정책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의 리쇼어링(reshoring∙해외 미국 기업의 미국 본토 회귀) 정책이 실효성이 없었다는 뜻인가?
“리쇼어링을 유도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미국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었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이익이 되면 중국에 계속 투자해왔다. 미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가 정책을 통해 제공하는 혜택보다 자체 판단에 따른 투자 이익이 더 크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중국 제품 수입도 더 늘어났다. 트럼프의 의도와 실제 결과가 달랐다고 할 수 있다.”
―바이든이 되면 무역 분쟁 해결에서 지금과 달리 WTO(세계무역기구)가 힘을 받을 수 있을까?
“트럼프는 양자 관계를 중시하고 WTO(세계무역기구)를 탈퇴하겠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다자간 통상협의 기구인 WTO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WTO가 해결하지 못하는 디지털 무역, 중국 국영기업의 보조금 문제 등도 WTO에서 다뤄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이든이 되면 WTO 개혁을 미국이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법인세율 올려 경기부양 자금 조달
바이든 후보의 대외 통상 정책은 전체 정책 가운데 일부이다. 그의 전체 공약을 알아야 그 속에서 통상 정책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다른 경제 관련 공약과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물어봤다.
―바이든의 거시 경제 정책의 핵심은?
“법인세율을 현재 21%에서 28%로 높이고 연소득 40만달러 이상의 부유층에 대해 소득세율을 인상하겠다는 조세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일자리 창출 및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재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대폭 낮췄다. 법인세를 낮추면 외국에 있는 미국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올 유인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바이든이 세율을 높일 때 이에 대한 근거는 무엇인가?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면서도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거나 미국 내에 일자리를 창출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6개월 동안 연방정부 계약업체들의 해외생산(offshoring) 비율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증거를 대고 있다.”
―바이든의 조세 정책이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은?
“미국 내수를 겨냥한 정책이므로 한국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은 미국의 법인세율 인상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4년간 2조달러 청정에너지에 투자
―코로나 이후 경제 재건 계획은?
“바이든은 법인세율을 높이고 경기부양을 통해 조달한 돈으로 향후 4년간 2조 달러를 청정 에너지와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인프라 자동차 전력 건축 청정에너지 등 5개 부문에 투자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500만개 정도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미국 노동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태양과 풍력 등 청정에너지 정책은 예전에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일했던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추진해왔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이번에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큰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세계적인 큰 흐름이 기후 변화에 대응해 청정에너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기는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인들의 이민 문호를 꽉 닫았다. 바이든이 당선 되면 이민 문호가 좀 열릴까?
“이민 사정은 확실히 나아질 것이다. 한국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길이 늘어날 것이다. 현재는 전문직 취업 비자를 까다롭게 해 놓은 상태인데, 바이든이 되면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바이든 후보도 미국의 거대 IT 기업들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정부의 IT 정책에 변화가 오면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은?
“한국이 받는 영향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한국 기업 관세 철폐될 가능성
―지금 한국 기업이 받는 관세는 철페될까?
“트럼프는 알루미늄, 철강, 세탁기, 태양광 패널 등에 관세를 무차별적으로 매겼지만, 바이든은 이런 전략은 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분야의 관세 부담은 줄 것이다. 현재 미국 통상법 232조에 따라 철강은 관세 면제를 받는 대신 수출 쿼터(할당량) 제한을 받고 있고 알루미늄은 관세를 부과 받고 있다. 또 201조에 따라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도 관세를 내고 있는데 관세가 모두 없어질 것 같다.”
―바이든이 내세운 위의 공약 가운데 한국 기업이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분야를 꼽는다면?
"먼저, 보건 의료 분야이다. 바이든은 이번에 코로나 사태 때문에 의료 장비 부족 현상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관련 산업은 우리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유망 분야이다.
둘째, 청정에너지 인프라 계획이다. 전기차나 스마트 그리드(전기) 같은 친환경 사업이나 청정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업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ICT (정보통신기술)에 강점이 있으니 그런 쪽을 잘 활용하면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셋째, 비대면 관련 제품, 화상회의, 재택 근무 등을 주목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쪽 수요가 늘 것이다."
―요즘은 한국에서 미국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주식 투자자들이 많다. 바이든의 정책을 분석해 봤을 때 그들이 주목할 만한 미국 기업들은?
“청정에너지, 비대면 산업 관련주가 가장 유망할 것 같다.”
바이든 당선시 호재와 악재
―과거의 경우를 보면 미국과 한국의 집권당이 같은 이념적 성향일 경우 정책이나 이념 충돌이 작아 한국 정부가 정책을 펴기 더 쉬웠던 측면이 있다. 미국에 민주당 출신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어떤 측면에서 유리한가?
“바이든이 친환경 정책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그린 뉴딜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부분에서 미국과 협조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트럼프는 친환경 정책과는 거리가 좀 멀었다.”
―현 정부 입장에서 더 나빠질 것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한미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핑계를 대고 빠져나갈 여지가 많았는데, 바이든은 동맹국과 연대를 강조할 것이므로 빠져나가기 어려운 점이 난관 아닐까 싶다.
예컨대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는데, 바이든은 이것의 변형된 형태인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라고 할 가능성이 있다. 이 협정은 미국이 아시아에 경제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무역협상인데,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 이 협정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 봐야 한다."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 봐야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이 협정에 가입하면 일본 멕시코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효과가 있다. 일본과 관세가 없어지는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것이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정치적인 이슈가 될 것이다.”
한국, 바이든 호재 활용할 준비 됐나?
―바이든이 당선되면 한국의 현 정부가 정책을 펴기에 더 좋은 여건이 형성되는 측면이 큰 것 같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 여건이 한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해 효과를 내려면 한국과 미국의 외교 통상 인맥이 끈끈하고 잘 작동해야 한다. 현 정부는 미국 민주당이나 공화당과 인맥이 두터운가?
“(잠시 생각하더니) 한국이 이번 변화를 기회로 활용해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 정부가 무역 이슈에서 미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로는 백악관과 미국 의회이다. 이 두 통로에서 양국의 대화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나?
“청와대와 백악관의 관계는 내 소관이 아니라 잘 모르겠다.”
―의회쪽 채널은?
“그렇게 큰 문제는 없는 듯 하다. 미국 워싱턴 D.C.에 한미경제연구소(KEI)라고 한국만 연구하는 경제연구소가 있는데 캐슬린 스티븐스 전(前)주한미국대사가 소장을 맡고 있다. 그가 미국 의회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관계를 잘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 밖에 법률회사를 통해 의회에 로비하는 통로가 있는데, 그 통로가 잘 작동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산업경쟁력 키워 미∙중 갈등 돌파해야
인터뷰를 시작한지 벌써 90분이나 지났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야 할 시점이다.
―종합 정리해 보자. 코로나 사태와 미∙중 경제전쟁이 세계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이 와중에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인 미국의 정권 교체 여부가 최고 관심사이다. 만약 미국의 정권이 교체되면 새 정권은 한국에게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고 한국 경제에 요구할 수 있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중 무역 갈등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 반도체 산업 등에서 좀 더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경쟁력 있는 산업을 주축으로 삼아 수출선을 다변화해 중국과 미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그래야 미국과 중국 간에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파트너 국가를 선택할 때에는 당장 경제적인 이익만 따지기 보다는 외교 안보 분야까지 고려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익을 위해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