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위 여행 업체인 참좋은여행은 지난달 23일부터 해외 패키지 여행 상품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제목은 ‘희망을 예약하세요. 다시 찾아올 행복을 위해’. 평소 예약금의 10분의 1 수준인 1만원을 받고, 일본·홍콩은 내년 3월, 동남아는 내년 4월, 유럽·미주는 내년 6월 이후 출발하는 400여 종류의 패키지 상품을 예약받는 것이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몇 가지 조건을 달았다. 출발 예정일까지 코로나로 여행이 불가능하면 예약금 전액 환불, 여행이 가능해졌을 때에는 항공권 등 여행 경비가 상승해도 현재 요금을 받고 하락 땐 인하된 요금 적용. 지난 2월 중순 후 해외 패키지 여행 판매가 사실상 전무했던 참좋은여행으로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반응은 뜻밖이었다. 이 프로모션 사이트를 열자, 예약 창구에 10개월 만에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총직원 340명 중 50명의 필수 인력만 근무하고 있던 참좋은여행은 예약문의가 이어지자, 휴직 중이던 직원 38명을 불러 예약 업무에 투입했다. 2주일 동안 접수된 예약 건수는 1만600여건.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예약 때문에 우리도 놀랐다”며 “코로나가 빨리 끝나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고객들의 대기 수요가 그만큼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업계가 코로나 이후 폭발할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를 선점하기 위해 뛰고 있다. 내년 출발 예정인 상품을 판매하고, 호텔·숙박 등을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여행업 “보복 소비를 선점하라”
요즘 국내 1위 여행사인 하나투어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첫 페이지 상단에 패키지 여행 상품뿐 아니라 항공·호텔을 포함한 검색창이 뜬다. 자신이 원하는 지역과 날짜를 선택하면 가격별 호텔과 항공권이 쭉 뜬다. 이전 하나투어 홈페이지에선 주로 가격·지역별 패키지 상품만 찾아볼 수 있었다. 호텔·항공권 검색은 부킹닷컴·스카이스캐너 등 별도의 전문 사이트에서 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기능을 하나투어 홈페이지에 모두 넣어, 여행·호텔·항공을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하나투어가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하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폭발할 여행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코로나를 계기로 여러 사람이 몰려다니는 이전의 패키지 여행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며 “개인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여행 상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하나투어는 전체 직원 2300여명 가운데 약 2000명이 무급·유급 휴직에 들어갔지만, 이를 위해 플랫폼 관련 IT(정보기술) 인력 200여명은 필수 인력으로 분류해 출근시켰다. 고객의 여행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 이후 더 세분화된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해외 패키지 상품도 고객이 항공권부터 호텔까지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도 코로나 이후 ‘보복 소비’를 붙잡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12월 한 달간 홍콩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 방문 항공권을 사전 판매하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과 손잡고 내년 말까지 사용 가능한 10만원 안팎의 할인 쿠폰을 발행 중이다.
외국 여행 기관도 움직이고 있다. 여행 상품을 판매하던 인터파크는 최근 외국 관광청과 손잡고 코로나 이후 사용 가능한 할인 쿠폰을 나눠주고 있다. 내년 12월 31일까지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을 여행할 경우 10만원 할인해 주는 쿠폰을 무료로 배포했다. 이 프로모션은 헝가리관광청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여행사 주가, 코로나 이전보다 뛰어
보복 소비로 인해 코로나 이후 여행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이런 기대감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코로나 이전 4만9000원(1월 31일 기준)이던 하나투어 주가는 7일 현재 5만7400원으로 올랐다. 모두투어 주가 역시 같은 기간 1만4750원에서 2만550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여행업 관계자는 “코로나 종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여행업이 언제 재개될지는 알 수가 없다”며 “현재의 주가 급등은 여행업계로서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