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과 애플이 벌이고 있는 ‘애플카’(애플 브랜드를 단 전기차) 공동 개발 협의가 ‘안갯속’으로 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일(현지 시각) “애플이 현대차그룹과의 협의를 잠정 중단했다”며 “논의가 언제 재개될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카 소식이 잇달아 외부로 알려진 데 대해 애플이 화가 났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앞서 3일 CNBC가 애플 소식통을 인용, “미국 조지아주(州) 웨스트포인트 기아 공장에서 애플 브랜드를 단 자율 주행 전기차를 제조하기 위한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근접했다”고 보도한 것과 상반된 내용이다.

애플카 협상에 대한 외신 보도가 엇갈리는 건, 양 사가 최근 협의에 대해 함구하는 사이 여러 설(說)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현대차가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를 투자해 이르면 2024년 미 조지아 기아 공장에서 애플카 생산을 시작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는데, 닛케이비즈니스는 ‘애플이 일본 자동차 업체 최소 6곳과 애플카 위탁 생산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보도와 관련된 입장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8일 애플카 협의에 대한 입장을 공시할 예정이지만, 지난달 밝힌 대로 ‘결정된 바 없다’는 수준의 내용일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런 분위기라면 결국 협상이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애플카의 생산 시점은 2024년으로 알려졌는데, 지금 당장 결정하기엔 다소 이르다는 것이다. 협의가 재개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애플 입장에선 (애플카 협의 내용이 누설돼) 설령 불쾌하더라도 현대차그룹과의 협상을 취소하기 어렵다.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믿을 만한 회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애플카 생산으로 인한 장·단점을 따져봐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애플의 브랜드 파워는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애플의 하청 업체로 전락하는 건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